[詩가 있는 아침]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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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끝나는 곳에서

그 메마른 살같을 붙잡고 있는

나문재를 본 적 있는가?

네 귀퉁이의 바람이

성난 파도의 머리채를 잡아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고 난 후

나는 잠깐 바다의 상처를 볼 수 있었다

뿌리에 선연한 붉은 피가

고통스러웠던 그의 삶을 말해 주었다

물이 닿았던 곳마다 쩍쩍 갈라져

채워질 수 없는 갈증이

매일밤 바다를 울부짖게 했음을

뭍이 드러나고 알았다

모든 상처는

고통이 지나가고 난 후

그 깊이를 알 수 있다

비로소 온 몸으로 흔들리며

삶은 먼 데 바다로 가는 법을 스스로 깨닫는다

돌 갓지난 딸을 막 재우고 나온

어린 새댁

쭈그리고 앉아

나문재를 뜯는다

푸르게 빛나는 맨발이 처연하다

그녀의 젊음으로 피워낸

또 하나의 어린 바다가

세상의 어느 구석에서

이제 막 움트림을 시작할 것이다

멀리, 밀물이 들어오는 신호가

눈물처럼 깜박인다

 

김미선

제32회 경기여성 기예 경진대회 백일장 시부 최우수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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