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수원시립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의 사표가 수리됐다.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 그가 수원시향 상임 지휘자로 활약한 지 9년 만이다. 내년 4월까지 임기가 남아있음에도 사표를 낸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김 감독의 운영 방식과 단원을 대하는 태도가 발단이었다.
수원시향 노조는 김 감독의 고함과 ‘박치’라는 모욕적 언행 등에 ‘폭력적인 리허설, 수준 미달의 리더십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며 항의했다. 이에 김 감독은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사표를 제출했다. 김 지휘자는 수원시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진정한 하모니를 이루지 못해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게 됐다.
▶‘지휘자(conductor)’라면 보면대 앞에서 지휘봉을 흔드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 같은 근대적인 지휘자가 출현한 것은 19세기 초다. 그리스 시대에는 발로 박자를 통일시키고, 훗날 손의 움직임으로 박자와 선율의 상하를 지휘하는 카이로노미(chironomy), 17~18세기 긴 막대로 마룻바닥을 쳐서 지휘하는 등 다양한 형식이 존재했다. 작곡자나 수석 연주자들이 그 역할을 맡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악기의 발달과 더불어 지휘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직업인으로서의 지휘자가 등장했다. 단순히 집단적 연주의 시작과 끝, 박자, 리듬을 통일시키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해석하고 이를 ‘연주자들을 통해’ 재창조하는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연주단원들과 소통하고 하모니를 이루는 것은 지휘자를 진짜 지휘자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역량인 셈이다.
▶최근 지휘자의 리더십을 가장 요구받는 인물은 단연,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보름 동안 탈권위, 파격적인 스킨십, 공격적인 개혁 등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나 정부 정책 등에 대한 글을 쉽게 찾기 어려웠던 한 육아 커뮤니티 카페가 ‘달(문ㆍmoom)님’ 팬을 자처하는 게시글로 도배되는 것이 방증한다.
문 대통령이 선택한 내각과 청와대 입성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한창이다. 어떤 오케스트라가 꾸려질 것인가. 지휘자든 연주자든 최종 목적은 관객의 감동이다. 문 대통령이 현명한 지휘자의 리더십을 발휘해 훌륭한 연주자들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국민을 감동시킬 날을 기다린다.
류설아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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