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9월25일 연합뉴스 기사의 일부다. 청소년들의 부탄가스 흡입 피해가 급증하는데다 저연령화되고 여학생 사고도 늘어 사회문제가 됐던 때다. 이에 내무부가 부탄가스 사고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줄 것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상공자원부엔 ‘흡입할 경우 질식 등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오며 청소년의 정서와 건강을 해칩니다’라고 가스 용기의 경고문 강화를 요청했다. 문화체육부는 부탄가스에 악취나는 혐오제를 첨가해 판매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연구용역을 줬다.
한때 부탄가스는 공업용 본드와 함께 소위 ‘문제’ 청소년들의 애용품이었다. 일시적 환각상태에 빠질 수 있고 손쉽게 구할 수 있어 많은 청소년들이 손을 댔다. 환각상태에서 강도, 강간 등 강력사건이 발생했고, 흡입하다 숨지거나 중화상을 입는 사고도 속출했다.
요즘 대학가와 인근 유흥가에서 해피벌룬, 일명 ‘마약풍선’이 화제다. 해피벌룬은 아산화질소(N2O)가 들어간 풍선인데 그 안에 든 가스를 마시면 웃음이 나고 행복해진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 해피벌룬 가스를 들이마신 사람들은 20∼30초간 정신이 몽롱해지고 술을 마시지 않아도 술에 취한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풍선 하나에 4천~5천원 정도여서 호기심에 너도나도 풍선 가스를 들이마시고 있다.
아산화질소는 마취 보조 가스의 주성분이다. 치과 수술 등 국소마취제로도 사용한다. ‘중독성이 없다’는 이유로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과도하게 흡입할 경우 호흡곤란이나 일시적 기억상실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심하면 질식사 위험도 있다. 해외에서는 아산화질소를 흡입한 사람이 사망한 사례까지 나오면서 구입 및 사용을 규제하는 추세다. 영국에선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아산화질소 흡입으로 17명이 숨지자 지난해 5월부터 허가된 용도 외 아산화질소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우리도 아산화질소 오남용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 몽롱함’을 맛보려 건강을 해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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