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세비 반납 약속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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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이 광고를 1년 동안 보관해 주세요.”

 

지난해 3월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신문에 실은 광고다. 광고엔 ‘대한민국과의 계약’이라는 제목과 함께 5대 개혁 과제를 제시하면서 2017년 5월 31일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치 세비를 국가에 기부형태로 반납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개혁과제는 △특권을 없애기 위한 갑을개혁 △일자리 규제 개혁 △청년 지원 등을 위한 청년독립 △40·50 자유학기제 △육아 지원 등을 위한 마더센터 설립 등이다.

 

여기엔 국회의원 후보자 56명이 이름을 올렸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자필 서명까지 했다. 경기ㆍ인천지역에선 원유철(평택갑)ㆍ김명연(안산 단원갑)ㆍ이우현(용인갑)ㆍ정유섭(인천 부평갑)ㆍ정병국(여주·양평)ㆍ유의동(평택을)ㆍ홍철호(김포을) 의원 등 7명이 참여했다. 

‘정치쇼’라며 반신반의 하는 이가 많았지만, 지지를 보낸 국민들도 상당수 있다. 국회의원이 제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임금을 받지 않겠다는, ‘무노동=무임금’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고 그 이면엔 일할 기회를 달라는 절박한 호소가 담겨 있어서다.

 

하지만 ‘역시나’, 약속한 날짜가 임박했는데 아무런 액션이 없다. 공약 이행률은 0%에 가깝다. 계약서에는 “5대 개혁과제를 당장 시작하여 1년 안에 법안 발의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제시한 개혁과제 법안이 모두 발의되지 않은 상태다. 법안이 발의됐다 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휴지조각에 불과해 무용지물이다. 법안 발의 자체가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옛 새누리당은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해체됐다. 약속했던 의원들은 상당수가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에서, 일부는 바른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당이 없어졌으니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국민들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그렇잖아도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가득한데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해선 안 된다.

 

궁색한 변명은 필요없다. 국민과 약속을 했으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 온라인상에는 지난해 3월의 광고가 떠다닌다.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31명의 이름과 함께. 의원 연봉이 1억원이 넘으니 반납되는 세비가 30억원 이상은 될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국민과 약속했던 의원들은 반드시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국회의원이 쇼하는 사람들은 아니지 않나.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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