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내각 후보자 위장전입

김창학 정치부장 ch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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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시험하려고 간음 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이렇게 물었다. “선생이여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이 질문에는 바둑 세계랭킹 1위 커제를 울린 알파고의 ‘신의 한 수’가 숨어 있다. 예수께서 용서하라시면 율법을 어기게 된 거고 용서하지 말라시면 원수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스스로 거스르기 때문이다. 어떤 답변도 빠져나올 수 없는 올가미다. 아마도 그들은 이번엔 예수를 죽일 수 있다. 생각했을 것이다. 

모두가 숨죽여 예수의 입만 쳐다볼 때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쓰고서 일어나 말한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이 말씀을 듣고 양심에 가책을 받은 이들이 하나씩 나가고 간음한 여자만 남자 예수께서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한다. 성경에 나오는 이 말씀은 이 시대에도 큰 의미를 준다. 자신을 돌아보아 반성하고 살피는 자아성찰(自我省察)이 있어야 비로써 내 입장만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에 이를 수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위장전입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여기에 조국 민정수석의 옛 칼럼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위장전입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진 조 수석이기에 남불 내로(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의 비판까지 감내해야 했다. 비록 갑작스런 대선으로 인사 검증에 한계가 있고 사전에 공개했더라도 국무총리 내정자를 비롯한 내각 후보자들의 과거 행태는 충분히 논란거리다. 그러나 현 정부를 비판하는 그들 또한 자유롭지 않다. 

여당 시절 도덕성 검증은 넘지 못한 인사가 어디 한둘인가. 후보자들의 임명동의안은 정치 논리로 결정되겠지만 국민은 여전히 언짢고 짜증 난다. 이해하기 싫다. 다른 이의 허물이나 단점을 비판하기는 쉬워도 나의 잘못된 점을 알기란 어렵다. 잘못을 시인하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현 정부는 인사 검증에 좀 더 철두철미해야 한다. 여야는 자아성찰과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소통, 협치의 정치를 통해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김창학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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