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치매 국가책임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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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고령화 사회의 그늘이자 재앙이다. ‘철학적 죽음’이라고도 표현하는 치매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에게 큰 고통을 준다. 치매 환자를 혼자 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자가 필요한데 환자는 가족도 몰라보기 때문에 가족의 삶을 황폐화 시킨다.

 

올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72만5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노인 10명 중 1명(유병률 10.2%)이 치매 환자다. 치매 환자 중 15.5%에 해당하는 11만2천여 명은 중증 환자다. 2050년에는 치매 환자가 27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1천418억원을 들여 47곳에 불과한 치매안심센터를 전국 시군구 252곳으로 확대한다. 34곳인 치매안심병원도 605억원을 들여 79곳으로 늘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의 한 요양원을 방문해 치매 환자와 가족, 요양업무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치매 진료비의 90%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포함한 ‘치매 국가책임제’도 선언했다. 

인천공항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대책을, 초등학교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한데 이은 ‘찾아가는 대통령’의 세 번째 행사에서 치매를 화두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에게만 맡겨져 있던 치매 치료와 간병 부담을 국가와 사회가 나눠지겠다니 반길 일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치매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문제”라며 ‘치매 국가책임제’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치매 국가책임제 공약은 장모가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문 대통령이 직접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약은 후보 시절 정책 홍보 사이트인 ‘문재인 1번가’에서 ‘좋아요’를 10만건 이상 받았다.

 

청와대 사회수석실은 6월 말까지 이행 계획을 보고하고, 내년부터 제도를 본격 시행키로 했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지원센터 확대 설치’ ‘치매 안심병원 설립’ ‘노인 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70만명이 넘는 치매 환자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돌보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인프라 재정비, 특히 치매 전문 의료시설 확대, 요양 서비스 종사자의 전문성 강화 등이 동반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향후엔 치매 예방과 조기발견 치료까지를 포함한 전방위적인 치매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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