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냇동생 생일은 음력 5월 10일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윤달’ 음력 5월 10일이다. 매년 음력 5월 10일에 가족끼리 생일파티를 하긴 한다. 그런데 올해는 ‘진짜’ 생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윤오월이 있는 거다. 얼마 만에 ‘진짜’ 생일을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윤달이 몇 년에 한번 오는 데다 윤삼월이 될 수도, 윤사월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윤달생(生)은 진짜 생일을 평생 몇 번 못하게 된다.
윤달은 음력에서 계절과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 끼워 넣는 여벌 달이다. 음력은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초승달·상현달·보름달·하현달·그믐달로 변하는 주기, 즉 약 29.5305일을 한 달로 본다. 음력에서는 29일 달과 30일 달로 날짜와 달의 모양을 맞춘다.
우수리 0.0305일은 33개월간 모았다가 29일인 달에 하루를 더한다. 이렇게 하면 1년 날짜 수가 354일밖에 되지 않아 매년 양력과 약 11일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 오차를 줄이려고 2∼3년에 한 번씩 윤달을 두는 것이다. 지난 윤달은 2014년 9월이었고, 다음 윤달은 2020년 4월이다.
윤달은 덤으로 생겼다 해서 ‘공달’ ‘썩은 달’ ‘손 없는 달’이라 한다. 윤달에는 신들이 휴가를 떠난다고 한다. ‘하늘과 땅을 감시하는 신이 없는 달’이어서 궂은일을 해도 탈이 없다는 속설이 있다. 이 때문에 윤달에 무덤을 파 이장하거나 수의를 장만하는 풍습이 전해오고 있다.
3년 만에 돌아오는 윤달(양력 6월 24일~7월 5일)을 앞두고 ‘화장(火葬)전쟁’이 한창이다. 묘지를 개장해 화장한 뒤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자연장을 하려는 수요가 몰려서다. 용인 평온의숲, 고양 서울시립승화원, 수원시연화장, 성남 영생관리사업소 등 경기도내 4개 화장장은 윤달 화장시설 예약이 100% 완료됐다.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화장수요가 급증해 윤달 운영시간을 늘렸는데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처럼 화장이 급증하는 것은 묘로 덮여있는 산의 모습이 미관상 안 좋기도 하지만 벌초 등 묘를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관리가 어려운 묘지를 없애 후손들의 수고를 덜어주려는 어르신들의 배려도 한몫했다. 장묘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음도 보여준다.
반면 윤달에 출산과 결혼 같은 경사는 꺼리는 분위기다. 조상들의 음덕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 정상적인 기간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란다. 한참 시즌에 예식장과 신부화장하는 미용실 등은 파리 날리는 신세가 됐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대한민국의 독특한 윤달 풍경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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