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주군과 측근의 꿈

지난해 연말 ‘시장’이 측근들을 불렀다. 때마침 정국은 대선으로 가고 있었다. 현역 도지사와 현역 시장들이 전례 없이 뛰어든 판이었다. 그날 자리에서 ‘시장’이 던진 화두는 이랬다.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의견들을 내보라.’ 질문의 핵심이 ‘연임’에 있었음은 물론이다. 전언에 따르면 참석한 측근 다수가 ‘연임하셔야 합니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연임 주장만 이어지자 시장님이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별로 특별하거나 낯선 광경이 아니다. 선거가 1년 앞으로 오면서 곳곳에서 전해오는 모습이다. 주군(主君)의 질문에 측근들 답은 대부분 ‘계속 하셔야 합니다’다. A시의 a시장도 그랬다고 하고, B시의 b시장ㆍC시의 c시장도 그랬다고 한다. 불평이 쌓이는 쪽은 그 의견에 반대하거나 침묵하는 측근들이다. “측근들이 제 살 궁리만 하면서 시장님 판단을 흐리게 한다”며 투덜댄다. 이런 투덜거림이 그들만의 밀담을 바깥세상에 흘려준다. ▶남 지사의 재선 도전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연임필승(連任必勝)의 의지를 불태우는 측근들이 보인다. 조직을 정비하고, 언론 접촉을 늘려가며 전열을 가다듬는다. 어느덧 ‘연임 도전’의 목소리가 측근 여론의 대세를 이뤘다. 이런 분위기가 알음알음 바깥으로 전해졌다. 오늘 현재-2017년 6월- 여론은 ‘남 지사 연임 도전’이다. ‘더 큰 정치에 도전하자’거나 ‘중앙무대로 진출하자’는 측근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침묵하거나 묻혀 버린다. ▶지방선거가 1년 남았다. 광폭의 변동이 예상되는 선거다. 시장ㆍ군수와 도지사를 지방 정치와 중앙 정치의 몫으로 양분하던 경계가 깨질 것으로 보인다. 여론도 그런 쪽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양기대 광명시장, 이석우 남양주 시장, 김윤식 시흥시장이 거론된다.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부인하지 않는 시장들이다. 염태영 수원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도 꼽힌다. 본인 뜻과 상관없이 언론이 확정(?)해버린 시장들이다. ‘결정’을 위한 ‘측근 회의’가 유독 많아진 이유다. ▶어차피 주군과 측근의 관계란 게 그렇다. 목표 전까지는 같은 곳을 보지만, 목표 후부터는 다른 곳을 본다. 주군은 꿈을 미래에 두지만, 측근은 꿈을 현실에 둔다. 주군은 더 앞으로 가고 싶어 하고, 측근은 그 자리에 앉고 싶어한다. 모든 측근은 아니어도 대개의 측근이 이렇다. 하기야, 승리의 열매는 만인의 몫이지만 실패의 책임은 혼자의 몫인 게 정치 아닌가. 이래저래 몇몇 시장ㆍ도지사들에겐 외로운 결정의 시간이 왔다.

 

김종구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