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신화를 읽다 보면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는 그리스 이티카의 강도로 아테나 교외 언덕 위에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그는 길을 지나는 여행객이나 상인들을 협박하거나 꾀어 자기 집에 머물도록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끌고 온 행인을 자신의 철제 침대에 강제로 눕혔다.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큰 만큼 잘라내 살해했다. 또 침대보다 작으면 침대 길이에 맞도록 키를 늘려 죽였다. 그야말로 자신의 침대가 모든 사람의 키에 적용하는 기준이었다.
이러한 악행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아테나의 영웅 테세우스가 그를 만난다.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를 그의 집으로 끌고 가 프로크루스테스가 행인들에게 한 행위와 똑같은 방법으로 그를 처치했다. 이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 말은 자기 생각에 맞춰 남의 생각을 뜯어고치려는 행위로 여겨지고 있는 말이다.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관철시키려는 횡포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들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장관 후보자 가운데 현재까지 유일하게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만이 자진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를 지켜보던 야당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각각의 흠결을 내세우며 날을 세우고 있다. 협치는 깨졌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야당은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을 향해 발목잡기를 멈추라고 맞서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다른 주장을 내놓는 것은 민주정치에서 당연한 정치행위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가 국민 다수의 지지 없이 국민들에게 고통만 주는 경우라면, 그것은 횡포다. 여야 모두 자신들만의 프로크루스테스 침대를 가지고 있는지 뒤돌아 볼 때다.
이영수 인천본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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