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청소년기부터 ‘주변인’이란 어휘를 배워 왔다. 사회학적 개념으로 주변인은 어느 한 가치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 주변성(marginality)이란 개념에서 파생됐다. 이는 팍(R. E. Park)이 처음으로 발전시킨 용어다. 팍은 주변인을 문화적 잡종(cultural hybrid)으로서 현재의 당면문화와 전통 속에 어느 하나에도 통합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이와 비슷한 말이 있다. ‘이방인’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 즉 유대인들의 선민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한마디로 낯선 사람을 뜻한다.
즉 주변인과 이방인은 소속감이 없고, 동떨어져 사회나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부류로 정의할 수 있다.
역사서를 들여다보면 ‘변방(邊方)’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흔히 북쪽 소위 오랑캐와 접한 지역을 지칭한다. 관리들이 이곳 변방 근무를 명받았을 때는 곧 좌천을 의미했다.
경기도에서 농업(농업인)이 바로 변방(주변인, 이방인) 아닌가 싶다. 예부터 선조들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농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표현이다. 지금도 농업은 인류 최후의 생명산업으로 불린다. 모두가 그 소중함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농업은 제 산업 중 우선순위에서 항상 후순위로 취급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기도 또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도는 올해 농정예산이 사상 처음 6천억 원을 돌파했다고 설레발을 쳤다. 물론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사업을 다룰 농업 선장이 경기도에는 없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선장 없는 배가 제대로 항해를 할 수 있겠는가? 때문에 가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이때, 남경필 지사의 현장 행보가 그렇게 반가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일거리를 찾아 청년들은 이미 농업ㆍ농촌을 등진지 오래됐다. 떠난 이들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늦었지만, 청년들이 농업ㆍ농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여건조성이 절실하다. 농촌의 현안을 공론화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한마당이 필요하다. 미래 청년 농부들이 변방이나 주변인이 아닌 주체로 느끼고 인정받는 그런 날을 경기도가 만들어줘야 한다.
김동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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