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킨 영웅의 집입니다”

6·25 참전 유공자 주택 수리 ‘나라 사랑 보금자리’ 프로그램
28사단 장병들, 연천 군남면 ‘노병’ 이명우 옹에 값진 선물

▲ 국가를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에게 육군과 지자체, 민간기업이 힘을 모아 작지만 아름다운 보답을 실천했다. 6.25 한국전쟁일을 사흘 앞둔 22일 연천군 군남면 삼거리에 준공된 ‘나라사랑 보금자리’에서 참전용사 이명우(84) 옹이 공사에 직접 참여한 육군 제28사단 공병대대 장병들에게 참혹했던 전쟁 당시의 생생한 기억과 고마움을 전하며 나라사랑을 당부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 국가를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에게 육군과 지자체, 민간기업이 힘을 모아 작지만 아름다운 보답을 실천했다. 6.25 한국전쟁일을 사흘 앞둔 22일 연천군 군남면 삼거리에 준공된 ‘나라사랑 보금자리’에서 참전용사 이명우(84) 옹이 공사에 직접 참여한 육군 제28사단 공병대대 장병들에게 참혹했던 전쟁 당시의 생생한 기억과 고마움을 전하며 나라사랑을 당부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온 산하가 메케한 화약냄새로 자욱하게 뒤덮였던, 날마다 죽음을 생각해야만 했던, 참으로 힘든 시절이었지요. 지금도 이따금씩 잠에서 깨면 그날의 총성 소리에 귀를 막곤 한답니다”

 

22일 오후 연천군 군남면 삼거리 소재 한 마을에서 만난 이명우 옹(84)은 아직도 그때가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풋풋한 소년에서 반세기의 세월을 뛰어넘어 여든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도 귓불을 서늘하게 훑으며 총탄이 지나가는 전장(戰場)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다반사다. 그럴 때면 먼저 간 전우 생각에 눈물이 고인다.

 

6ㆍ25전쟁이 발발했을 때 그는 소년티를 갓 벗어난 나이였다. 이 옹은 “지금으로 치면 갓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정도로 일손이 달리던 미군부대에 단순 노무직으로 들어갔었지. 전쟁통에 뭐 입에 맞고 손에 익은 일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그렇게 전쟁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고 2년 뒤인 1952년 정식으로 입대, 미군부대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인정받아 미군부대 카투사로 18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전투부대 지원업무로 전쟁을 치렀다. “말이 지원 업무지, 총알이 빗발치던 전쟁터에선 전투원과 비전투원 구분이 어려운 정도로 모두가 전투원이고 병사였다”

 

이후 당시 파주에 주둔했던 육군 제11사단 20연대로 옮겨 3년 6개월 근무하고 하사로 전역했다. 노병은 이후 강산이 6차례나 바뀌면서 온갖 풍상을 다 겪어야만 했다. 남은 건 병든 몸과 낡은 집 한 채였다.

 

그런 그에게 이날 값진 선물이 선사됐다. 물이 떨어지던 지붕과 습기와 곰팡이들로 가득 찼던 벽, 아무렇게나 엉켜 먼지로 가득했던 낡은 전기시설 등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말쑥한 새집으로 거듭 태어났기 때문이다. 손자뻘 되는 장병들이 연신 비지땀을 흘린 결과, 자그마한 보금자리가 완성됐다. 

육군 제28사단이 6ㆍ25 참전용사에게 지어 드리는 프로그램에 따라 태어난 주택이다. 노병은 이날 자신의 집 앞에서 열린 ‘나라 사랑 보금자리’ 준공식에 참석해 감격의 눈시울을 적셨다. 그동안의 아픈 기억도 오롯이 풀리는 것 같았다.

 

윤의철 육군 제28사단장(육군 소장)과 김규선 연천군수, 이종만 연천군의회 의장, 서민 연천경찰서장 등을 비롯해 신우전기엔지니어링, 통일레미콘 등 후원 기업 관계자 등 100여 명이 노병을 격려했다. “새집이 어떠냐”는 윤 사단장의 질문에 이 옹은 환하게 웃으며 “아주 좋다. 감사하다. 6ㆍ25 전쟁 때는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나라를 위해 싸웠는데 이렇게 큰 선물을 받게 되니 그 시절이 떠오른다”고 화답했다.

 

공사 책임을 맡은 육군 제28사단 공병대대장 임창욱 중령은 “이번 공사를 계기로 전쟁의 상흔으로 힘겨운 시간을 걸어오신 참전용사께 무한한 경의와 감사를 표하고 우리 장병에게는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나라 사랑 보금자리’ 사업은 지난 2011년부터 육군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 주최로 6ㆍ25 참전 국가 유공자들을 대상으로 노후 된 주택을 고쳐주는 프로그램으로 이번이 294번째 보금자리이다.

연천=정대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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