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모래톱에 걸린 퇴역함정, 서울시의 모순

김신호 인천본사 경제부 부국장 shkim@kyeonggi.com
기자페이지

서울시가 망원한강공원에 전시 예정인 1천400t급 해군 퇴역함정이 지난 27일 오전 11시30분쯤 경인아라뱃길 아라한강갑문 통과 후 한강합류지점에서 모래톱에 걸려 이틀째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한강사업본부 측은 예인을 앞두고 지난주 아라한강갑문 주변에 대한 준설 작업을 수일간 실시했다. 그러나 한강항로의 준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서울함이 모래톱에 걸린 것으로 한강 운항 관련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서울함은 지난 23일 경남 통영에서 예인선과 함께 출발했다. 당초 이날 오전 아라뱃길을 통해 한강으로 진입한 뒤 서울 망원 한강공원에 조성 중인 함상공원에 도착 예정이었다.

 

한강사업본부 측은 높이 28m인 퇴역함정이 경인아라뱃길과 한강 교량을 통과할 수 있도록 배 윗부분의 구조물을 떼어내기도 했다. 한강사업본부 측은 사고 다음 날인 28일 밤까지 서울함과 예인선을 모래톱에서 빼내지 못했다.

 

그동안 서울시는 아라뱃길~한강의 선박 진입을 불허해 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측은 한강시민위원회의 핑계를 대며 수 년 간 유람선취항 등 정상적인 선박출입을 불허해 왔다. 인천의 한 유람선 회사는 아라뱃길~한강 유람선항로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도 배 한 번 제대로 띄우지 못했다. 그러던 서울시가 정작 자신들이 필요하자 경인아라뱃길과 한강을 이용해 대형선박을 이동시키려 한 것이다. 큰 모순이 아닌가?

 

올해 초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한 임원은 아라뱃길~한강뱃길의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 관련부서를 방문했다가 “왜 왔어요?”라며 핀잔을 주어, 망신만 당하고 돌아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퇴역함정의 경인아라뱃길 통과예정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유선업중앙회 인천지부는 지난 22일 인천 서구 경인아라뱃길 입구 쪽 바다에서 유람선 8척을 동원해 해상시위를 벌였다. 서울시가 서해~한강 유람선 사업면허를 반대하면서 인천 앞바다를 통해 퇴역함정을 이송하는 것은 모순된 행정이라는 이유에서다.

 

굴포천방수로 공사가 확대된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경인운하는 고려 때 최이가 처음 추진했던 토목공사이기도 하다. 지난주엔 경인아라뱃길에 서해5도수산센터가 개장했다. 경인아라뱃길의 부정ㆍ긍정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토론해 봐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김신호 인천본사 경제부 부국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