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들의 8학군·외고
금수저 완성하고 ‘이제는 폐지’
정권 바뀌어도 ‘내 자식 챙기기’
‘전세금까지 탈탈 털어 떠난 유학’이라며 열심히 해명했다. 하지만, 대중-자녀를 유학 보내지 못한-의 시선은 냉랭했다.
꼭 10년 뒤, 그 권영길이 수원에 나타났다. 식당에 마주 앉은 이는 김상곤 교육감이었다. ‘대통령에 나서달라’고 청하러 왔다고 했다. 사진 속 둘의 모습이 흡사 진보의 승계식(承繼式) 같았다. 실제로 권영길 이후 진보는 김상곤이다. 무상 급식ㆍ학생 인권ㆍ통일 교육으로 진보의 가치를 완성했다. 그런 김 교육감에게도 꼬리표가 붙었다. 하필 10년 전 권영길의 그것과 같다. 딸 셋을 모두 8학군에서 교육시켰다. 이번에도 ‘서민에 대한 배신’이란 비난이 나온다.
특별히 저지른 위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8학군을 금수저의 상징으로 보는 대중의 시선이 여간 따갑지 않다.
3년 전, 그 김상곤이 교육계를 떠났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이 이어받았다. 핵심 공약으로 외고ㆍ자사고 폐지를 공언했다. 김상곤 교육감도 건드리지 못했던 문제다. 고교 서열화, 사교육 조장의 싹을 자르겠다고 별렀다. 그런데 조 교육감에게도 꼬리표가 붙었다. 권영길의 그것, 김상곤의 그것과 또 같다. 아들 둘이 외고를 졸업했다. 두 학교 모두 조 교육감이 없애겠다는 서울 소재 외고다. 외고ㆍ자사고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났다. ‘내로남불’이냐며 분노한다.
자식들 선택을 존중해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비판을 달게 받겠다”는 사죄를 피해가진 못한다.
오늘 청문회다. “사회주의를 상상합시다.” 김상곤 후보자가 했다는 말이다. 곳곳에서 으르렁댄다. ‘좌빨’ ‘혁명’ 등의 단어가 넘실댄다. 한번 기억해 보자. 경기도 교육감 김상곤은 사회주의자였나. 경기도 교육이 혁명으로 가고 있었나. 아니다. 그저 자본교육의 병폐를 사회적 책임으로 고쳐보려 했던 작은 시도였었다. 앞에 갔던 권영길의 흔적도 그랬고, 뒤에 오는 조희연의 흔적도 그렇다. 국민의 이념 잣대도 이제는 넉넉해졌다. ‘좌빨’이라고 볼 사람은 없다.
정말 물고 늘어질 이념은 사회주의가 아니다. ‘내 자식만큼은’으로 일관해 온 우리네 부모들의 ‘헌신 이념’이다.
아마 그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고교서열화를 비난하면서도 내 아이만큼은 가장 위에 올리려 했을 것이다. 사교육비가 나라를 망친다면서도 내 아이가 축내는 국부유출은 아까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걸 나무라는 세상을 향해서는 온몸으로 막아서며 보호했다. ‘타국에서 혼자 벌며 고생한 내 자식들’이라 했고, ‘부모로서 자식들의 선택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자식들을 ‘유학파’라는 특권층으로 만들고, ‘명문고 동문’이라는 금수저로 만들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제는 바꾸겠다고 한다. 특권층ㆍ금수저의 싹을 자르겠다고 한다. 너무 양심 없지 않나.
외고ㆍ자사고 폐지 문제를 조사한 이런 통계가 있다. 53%가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27%만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만일 이런 질문을 해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나. ‘김상곤ㆍ조희연 교육감 자녀들의 외고ㆍ8학군 진학을 어떻게 보느냐.’ 아마도 기본적 거부감 53%에 진보에 대한 배신감 몇 %가 얹어질 것이다. 청문회 결과는 전혀 궁금하지 않다. 그 청문회를 지켜볼 국민 마음이 궁금하다. ‘8학군’ 떠들고, ‘외고’ 떠드는 공방을 지켜볼 국민 마음이 걱정이다.
‘자식 챙기기’로 무너진 전(前) 정부 자리. 그 자리에 들어선 현(現) 정부 청문회. 정권은 바뀌었는데 화두는 여전하다. 출세한 자들이 이어가고 있는 ‘내 자식 챙기기’다.
김종구 主筆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