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호식이 방지법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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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포함해 600만에 육박한다. 자영업자 수가 많다는 것은 높은 실업률과 조기 퇴직 등 고용환경이 열악함을 말해준다. 문제는 한국은 ‘자영업자의 무덤’이라고 할 만큼 생존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자영업자의 1년 평균 생존율은 62%, 5년 생존율은 27.3%였다. 특히 음식ㆍ숙박업은 1년과 5년 생존율이 각각 59%, 17%에 불과했다. 식당을 열면 5년 후엔 10곳 중 8곳 이상이 문을 닫는다.

 

그나마 안정적일 것으로 기대하는 프랜차이즈 업종도 어려움이 많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와 취업난 속 청년층의 창업이 늘면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지난해 말 현재 21만9천곳에 이른다. 많은 이들이 최근 화제가 된 것처럼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과 ‘착취’로 고통을 겪고 있다. 본사들이 일방적인 계약 해제, 필수물품 구매 강제, 매장 인테리어 재시공 등 별의별 방법으로 가맹점의 이익을 갉아먹는다.

 

본사 오너들의 추문이나 일탈로 가맹점주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owner risk)’다.

최근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최호식 전 회장이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가맹점이 1천여 곳인데 최 전 회장의 추문이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매출 급감이란 직격탄을 맞았다.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MP그룹 전 회장도 지난 26일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경비원을 폭행해 미스터피자 불매운동이 벌어져 문을 닫은 가맹점이 속출했었다. 이번엔 ‘치즈 통행세’와 ‘보복 영업’ 등 고약하기 이를데 없는 갖가지 갑질 행태가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미스터피자의 사례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본사의 갑질에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이어지면서 가맹점들은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권이 나섰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최근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명 ‘호식이 방지법’으로 불리는 법률안은 프랜차이즈 본사 또는 경영진 개인 잘못으로 가맹점주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 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이 골자다.

 

속앓이를 하던 가맹점주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국회가 빠른 시일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보다 세심한 정책으로 불공정 행위를 차단해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사에서 “우리 사회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고 했잖은가.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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