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카페의 진화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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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팝의 전설’ 스팅이 내한공연을 가졌다. 1996년 첫 내한을 시작으로 올해가 다섯번째다. 5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스팅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올 때마다 시내를 돌아다녀 문화를 많이 알게 됐다”면서 “시내에 커피전문점이 정말 많아졌다. 한국 사람들은 커피로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팅의 말처럼 한국 사람들은 커피를 많이 먹는다. 카페도 엄청 많다. 농림식품부가 최근 내놓은 커피류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명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77잔에 달한다. 하루에 1잔 이상 커피를 즐기는 셈이다. 국내 커피숍 개수는 약 10만개로 전국의 편의점(약 5만4천여개)보다 2배쯤 더 많다. 골목마다 카페요, 고개를 돌리면 눈에 들어오는 게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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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던 사교의 장에서 요즘은 먹고 자고 공부하는 ‘또 하나의 집’으로 바뀌었다. 누굴 만나기 위함이 아니라 홀로 찾는 경우도 많다. 어떤 커피숍은 1인 고객을 위해 1인 좌석 및 도서관 형태의 분리형 좌석을 설치해놨다.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카페 문화를 분석하기 위해 2014년 1월부터 지난 7일까지 블로그(5억1천84만건), 트위터(94억3천762만건) 내 카페 관련 게시글을 살펴봤다. 카페에 머무는 시간대 파악을 위해 시간별 카페 언급량(버즈량)을 분석한 결과 저녁(71만5천516건)이 가장 많았고 아침(57만7천188건), 점심(49만2천657건)이 뒤를 이었다. 월별로는 더위를 피할 수 있어서인지 7월(85만3천474건), 8월(84만9천341건), 6월(82만1천520건) 순으로 나타났다.

 

카페에서 많이 즐기는 활동은 타인과의 대화가 아닌 ‘쉼’과 ‘공부’였다. 직장인 사이에선 쪽잠을 잘 수 있는 ‘수면카페’가 인기였다. 수면카페 언급량은 2011년 22건이었으나 지난해 4천403건까지 늘어났다.

 

조용한 곳보다 적당한 소음이 있는 트인 공간에서 공부나 일을 하면 집중이 더 잘 된다는 인식 속에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코피스족’(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카공족과 코피스족 언급량은 2014년 494건에서 2016년 2천233건으로 약 7배 증가했다.

 

카페가 많다 보니 차별화를 시도하는 곳들이 많다. 북카페ㆍ갤러리카페는 흔해졌고 만화카페ㆍ네일카페ㆍ고양이카페ㆍ숙뜸카페 등 테마 카페가 다양하게 등장했다. 지자체 등에선 취업준비생을 위한 ‘일자리카페’도 마련했다. 사진 무료촬영부터 일자리 정보와 취업특강, 스터디룸 등을 제공하고 있다. 카페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궁금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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