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동네 아줌마만도 못한 국민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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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냥 밥하는 아줌마들’ 논란이 거세다. 단지 네 마디가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비수가 되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 말은 우선 밥하는 일을 성실히 해 온 모든 이들을 울컥하게 만든다. 다음으로 어려운 시절부터 지금껏 자식들을 위해 밥을 해 온 어머니들이 화가 난다. 

또한 집에서 총총거리며 아이들 돌보느라 정신없는 동네아줌마들에게는 자괴감을 불러일으킨다. 결혼한 여자라면 국회의원이든 조리 종사원이든 집으로 돌아가면 누구나 동네아줌마가 되는데, 본인은 그 범주가 아닌 듯이 그냥 내뱉은 말이 분명하다.

 

밥을 한다는 것은 인간이 존재해 온 역사 속에서 생존과 직결되는 가장 신성하고 필수적인 행위 중 하나이다. 먹지 않고 누구도 살아갈 수 없으니 농담처럼 ‘다 먹자고 하는 일’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밥하는 일은 우리 역사에서 오랫동안 여자들이 담당해왔고 그만큼 하찮게 여겨져 왔다. 먹을 것을 기르고 재배하고 가공해서 밥상에 멋지게 내어놓기까지의 작업들을 다른 직업에 비해 매우 업신여겨온 우리 사회 내면의 일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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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이들도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과 동일한 무게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그 일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 급식실 조리사 한 사람이 하루 평균 150인의 음식을 3~4시간 안에 만들어야 한다. 실제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밥을 하려면 재료를 다듬고 씻고 조리하는 중노동을 해야만 한다. 먹고 나면 설거지와 음식 정리도 당연히 뒤따르는 일이다.

밥이나 한다고 할 만큼 쉬운 일이 아니며 그 일로 받는 평균 임금은 비정규직의 경우 126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전국 초중고에 근무 중인 정규 조리사는 1천400여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비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도 문제의 본질과 해결책을 찾기보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소하려는 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국회의원은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 수단을 고민하는 것이 본분인 직업이다. 학교급식의 질에 대한 우려를 그 일에 종사하는 특정 비정규직의 탓으로 돌리기 이전에 왜 급식의 질은 낮은지. 어떤 문제가 질을 낮추는지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발언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의 유형에 따라서가 아니라 그 일을 하는 능력과 태도에 의해서 존중받아야 한다. 그 이유로 노동에 대한 편견이 가득하고 개인적인 견해를 공적인 관점과 구분하지 못해 막말을 해 놓고 사과를 반복하는 국회의원은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보다 한참 못한 존재이다.

 

송미영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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