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몸과 마음의 쉼(휴식)이다. 밤에 적당시간 숙면을 취해야 낮동안의 일상생활이 원만하다. 잠이 보약이란 말이 맞다. 하지만 잠이 맘대로 되지 않는 이들이 많다. 낮에 주체할 수 없는 잠이 쏟아져 문제고, 밤에 잠 못 이루는 불면증도 문제다. 병원을 찾는 이들도 있지만, 방치하는 이들도 많다.
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이 대형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종종 있다.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양재IC 부근에서 발생한 7중 추돌사고도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 사고 전날 16시간을 운전하고 밤 11시30분에 퇴근해 다음날 오전 7시15분부터 다시 버스를 몰았다. 실질적 수면시간이 5시간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버스기사들은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초과근무를 하며, 이로 인한 졸음운전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의 ‘고속도로 졸음운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 중 69.5%가 ‘운전 중 졸음이 온다’고 답했고, 이 중 56.8%는 ‘실제 졸음운전을 경험해 봤다’고 했다. 졸음운전 경험자 5명 중 1명(19%) 꼴로 졸음운전이 실제 교통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나 위험성을 입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화물차와 고속·시외버스 등 대형 차량에서 졸음운전 경험이 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버스 운전기사 10명 중 1명이 ‘낮 졸림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낮 졸림증은 ‘주간 졸림’(daytime hypersomnolence)이라고도 불리는 수면 질환의 일종이다. 낮 졸림증을 앓으면 잠에 취한 것처럼 완전히 깨어 있을 수 없으며, 방향 감각ㆍ운동 조절 기능이 떨어져 사고 위험률이 크게 증가한다.
홍승철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경기도 버스 운전기사 304명을 대상으로 한 낮 졸림증ㆍ불면증ㆍ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조사 결과, 낮 졸림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13.2%(40명)로 나타났다. 밤에 잠을 못 이루는 불면증을 호소하는 운전기사도 40.1%(122명)였다. 이 중 중증도 이상의 불면증 운전기사도 조사 대상자의 10.2%(31명)에 달했다. 불면증을 가진 이들은 낮 졸림증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버스 운전기사 중 68.4%(208명)는 ‘평소 수면의 질이 불량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근무여건 개선이 시급하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아 가는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운수업 종사자의 수면장애 개선을 위한 지원과 제도적 관리를 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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