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왜 그렇게 냄새에 민감했는지 모르겠다. 겨울철엔 문을 꼭 닫아 덜하지만, 여름철엔 실바람에 실려오는 냄새도 기막히게 알고 맞췄다. 음식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옥수수나 감자, 단호박을 찜통에 쪄내는 게 고작이었지만, 적당히 익어갈 때의 냄새는 군침을 돌게 했다. 뚜껑을 열면 뻔한데도 몰래 열어보다 얼굴로 확 뿜어오는 열기에 깜짝 놀랄 때도 많았다. 군것질거리가 귀하던 시절 얘기다.
▶찜통은 뜨거운 김으로 음식을 찌는 조리 기구다. 지금이야 전자레인지 등이 있어 몇 분만에도 후딱 익힐 수 있지만, 당시는 더위와의 싸움이었다. 찜통은 고대에는 토기로 만든 시루가 쓰였다. 이후 나무나 대나무 등이 쓰이다가 근래에는 알루미늄이나 스텐을 이용한 제품이 주를 이룬다. 원통형의 찜통에 물이 적당히 담길 정도의 공간을 두고 그 위에 구멍이 송송 뚫린 판을 얹어 수증기로 음식을 익히는 방법이다.
▶흔히 장마가 끝나면 찾아오는 무더위를 찜통더위로 부르는데 한동안 기승을 부릴 거란 예보다. 19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폭염경보는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낮에 달궈진 열기가 지속하는 열대야는 잠을 설치게 한다. 낮에 조는 ‘주간 졸음증’을 유발해 작업 능률을 떨어뜨리고 각종 사고를 유발한다.
▶당장, 수험생을 둔 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자칫 건강을 해치면 10년 노력이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시설들은 냉방비 걱정이 태산이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은 폭염 속 탈진 사고가 잇따른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급식실을 찜통에 비유했다. 실제 안양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닭을 삶던 조리사가 쓰러지는 사고가 있었다. 급식실 온도는 50도를 넘었다.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 야외활동을 삼가는 등 조심하면 된다. 지자체별 더위를 피하도록 마련한 ‘무더위 쉼터’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잠 못 이룰 땐 멜라토닌과 마그네슘이 풍부해 불면을 줄여주는 상추나 체리, 바나나, 키위 같은 채소나 과일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 있다. 조리사들이 냉방병을 사치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찜통 급식실은 꼭 학교가 아니어도 이참에 개선돼야 한다.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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