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지급 미루고 채무 부존재 소송까지 ‘보험사 갑질’

구리 차량 단독 사망 사고 유가족 상대로 ‘꼼수’ 의혹
보험사측 “올바른 조사·선의의 피해자 막기 위한 것”

국내 모 보험사가 차량 단독 사고로 사망한 유가족을 상대로 보험 가입 당시의 약관도 어겨가며 보험금 지급을 미룬 것도 모자라 중재기관의 중재를 피하고자 몰래 채무 부존재(고객에게 보험금을 줄 채무가 없음) 소송까지 거는 ‘꼼수’를 부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유가족은 보험사 측이 주변인들에게 “결정적인 제보를 해주면 1억 원의 포상금을 주겠다”고 접근, 지인 매수를 시도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4일 구리경찰서와 D화재, 유가족 등에 따르면 A씨(63ㆍ여)는 지난해 5월 구리시 아천동 한강시민공원에서 차량에 탑승한 채 강물에 빠지는 사고로 숨졌다. 경찰은 10개월 동안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A씨의 직ㆍ간접 사인을 ‘익사’로 판명, 타살 등 범죄 혐의가 없다며 지난 2월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유가족은 이에 숨진 A씨가 앞서 지난 2009년 7월 가입했던 운전자보험을 근거로 지난 3월 D화재 측에 보험금과 손해사정서 등을 접수했다. 숨진 A씨가 가입한 보험약관에는 ‘보험금 등 청구 시 접수한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 지급과 조사 및 확인 등을 위해 지급기일이 초과하는 경우 구체적 사유와 지급 예정일 서면 통지 등의 조항과 운전 중 교통상해 사망 시 최대 3억 원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유가족은 D화재 측이 접수 4개월이 지나도록 어떠한 안내나 통지 없이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 D화재는 이 과정에서 지난달 유가족을 상대로 ‘새로운 정황을 발견했다’며 법원에 갑자기 채무 부존재 소송까지 제기, 금감원 등 중재기관의 조사 및 중재 등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상 소송 중인 사건은 법원 판결로 처리됨에 따라 중재기관이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숨진 A씨의 지인 B씨(63ㆍ여)는 “넉넉한 형편에 죽을 이유도 없었고 보험사 측이 ‘A씨가 고의로 물에 들어가려고 했다’, ‘유리한 제보를 해주면 1억 원을 주겠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해왔다”고 폭로, 지인 매수 시도 의혹까지 일고 있다.

 

숨진 A씨의 남편(63)은 “D화재가 사전 안내 없이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분쟁 조정신청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비열한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자살 정황을 찾아냈다면 고객에게 제시하고 부지급 사유를 얘기하면 될 일 아니냐. 이에 대한 공개 및 협의 등도 없이 돌연 채무 부존재 소송을 제기한 건 소송 만능주의에 젖어든 악의적인 행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D화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확인한 결과, 약관 대로 서면 통지하지 않았지만, 구두로 통보했다”며 “약관에 명시됐더라도 3억 원의 금액을 지급한다는 게 보험사 입장에서 무리가 있다. 유가족 입장을 이해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와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인 매수는 주장과 다르다. 보험범죄 포상제도를 설명하던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리=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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