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한민국을 가슴 뭉클하게 한 사진 한 장

김창학 정치부장 ch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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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마솥더위와 열대야로 은행창구가 피서지(?)로 주목받고 대형쇼핑몰의 올빼미 쇼핑족이 뉴스거리가 된 적도 있다. 그래도 변함없는 큰 돈 들이지 않고 갈 수 있는 여름철 피서공간은 단연코 극장이다. 

냉방시설이 잘 돼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말 그대로 힐링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팝콘을 먹으며 본다면 금상첨화. 

최근 극장가 최고 대목인 여름시즌을 맞아 핫한 국내영화가 줄줄이 개봉한다. 그 중 관심이 쏠리는 영화는 ‘택시운전사’. 대강 스토리는 이렇다. 1980년 5월,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은 “광주? 돈 워리, 돈 워리! 아이 베스트 드라이버”라며 막무가내로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난 만섭은 그렇게 ‘5.18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로 향하고 그곳에서 광주의 비극을 온몸으로 느낀다. 아직 개봉전이라 결말을 알 수 없으나 대중의 기대를 받는 건 확실하다. 흐릿하나마 기억난다.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버스 안 라디오에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꽤 단호하고 비장감마저 드는 목소리였다. “현재 광주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불온세력들이 폭도로 변해 도심이 극도로 혼란스럽다. 국민은 흑색선전에 흔들리지 말아달라”. 왜곡된 보도와 통제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던 시대였다. 

남의 일처럼 타지역의 사건으로 여기며, 알면서도 애써 외면한 무책임한 시절이었다. 광주의 처절한 아픔이 어느덧 37년이 흘렀지만 광주시민은 물론,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감동적인 사진 한 장이 가슴한 켠에 남았다. 

유가족을 꼭 껴안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다. 국민의 눈시울이 적었으며 울대를 먹먹하게 했다. 그 오랜 시간 서러움과 울분을 고스란히 삼켜야 했던 광주시민에겐 말할 수 없는 벅참이었고 국민에겐 시대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던 용기를 주었다. 

광주는 현대사의 비극이지만 자유민주국가로 나가는 희망이고 빛이며 디딤돌이었다. 내 것을 나눈다는 것,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어루만져주는 것, 상대의 처지에서 상처를 감싸주는 것. 아픔을 함께 공감한다는 것만큼 큰 위안이 또 있을까. 문 대통령과 소형 씨의 사진 한 컷은 대한민국의 치유이며 화해였다.

김창학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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