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강제전학법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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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대전의 한 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남학생 10명이 수업 중인 30대 여교사를 앞에 놓고 자기 자리에서 자위행위를 했다. 충격을 받은 여교사는 이를 학교에 알렸다. 이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와 선도위원회는 아이들의 집단적ㆍ고의적 음란 행위에 대해 ‘사춘기 학생들의 장난’으로 치부했던 것 같다. 학생들은 ‘특별교육 5일’ 처분을 받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

 

지난해 4월 20대의 고교 여교사는 남학생 한 명이 수업 중 계속 심하게 떠들자 교실 밖으로 나가게 했다. 잠시 뒤 학생은 창문을 열고 교과서를 던져 교사 얼굴에 피가 나게 했다. 교사가 피를 닦는 사이 학생은 달려와 교사의 머리를 가격했다. 교사는 학생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으나 주변 설득에 취하하고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다.

 

학생들에 의한 교권침해가 심각하다. 여교사를 상대로 한 성희롱도 도를 넘었다. 수업 시간에 콘돔으로 풍선을 만들고, 칠판에 생리대를 붙이고, 음담패설도 비일비재하다. 초·중·고 교사들이 ‘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신고한 건수는 2011년 52건에서 지난해 112건으로 늘었다. 밝히기 부끄러워 숨긴 사례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제는 초등학교까지 번진, 선생님에 대한 학생들의 폭력·폭언·성희롱에 여교사들은 교단에 서기 두렵다고 한다. 문제가 생기면 피해 교사가 전근을 가던가, 교단을 떠나던가 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9~2015년 학생으로부터 교권이 침해당한 사례는 2만9천127건에 이른다. 폭언·욕설이 1만8천346건으로 제일 많고 이어 수업진행 방해 6천224건, 폭행 507건, 성희롱 449건, 기타 3천601건 등이다. 최근 3년간 교권 침해를 당한 피해 교사 중 1천364명이 학교를 옮겼다.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한 ‘교권 보호법’이 있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사후약방문’식의 법이고, 학생 처벌 수준이 낮아 실효성이 없다”고 한다. ‘학생을 잘못 가르쳤기 때문’이라며 교사를 탓하거나,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다’는 식으로 덮어버리기도 한다.

 

지난 2월 교권을 침해한 학생을 전학 보낼 수 있는 내용으로 발의된 교원지위향상법 개정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법안 처리는 아직 진전되지 않았으나 무너진 교단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교원지위향상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독일에선 초등학생이라도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면 정학·강제전학을 시킨다. 법이 통과될지 모르겠으나, 통과된다면 강제 전학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보완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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