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출신 시인 신현림, 10년 만에 시집 ‘반지하 앨리스’ 펴내

▲ 출판-반지하 앨리스
의왕 출생으로 사진가이자 시인 등 전방위적 활동을 펼쳐 온 신현림(56)이 다섯 번째 시집 <반지하 앨리스>(민음사 刊)가 나왔다. 시인이 10년 만에 내놓은 시집으로 연작시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를 비롯한 68편의 시를 실었다.

 

그는 반지하에 불시착한 앨리스들의 애환에 주목한다.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가 겪는 신비로운 세계와는 거리가 먼, 절망과 고통이 그득한 현실이다.

 

“토끼 굴에 빠져든 백 년 전의 앨리스와/ 돈에 쫓겨 반지하로 꺼져 든 앨리스들과 만났다//생의 반이 다 묻힌 반지하 인생의 나는/생의 반을 꽃피우는 이들을 만나 목련 차를 마셨다//서로 마음에 등불을 켜 갔다”(표제작 ‘반지하 앨리스’ 전문)

 

전위적인 시인으로 이름 높은 그는 “가난한 아이들이 밥을 굶고/베이비 박스에서는 버려진 아이들이 울고”(‘내 마음은 혁명 중’) 있는, 여전한 이 시대 가난의 뿌리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그러나 “쓸쓸한 나와 같은 너를 찾아/슬픔에 목메며/슬픔의 끝장을 보려고/나는 자살하지 않았다”(‘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1’ 중에서)면서 절망의 늪에 빠지는 대신 희망을 선언한다. 이처럼 상실과 죽음에 저항하는 삶의 태도는 전작보다 한결 부드럽고 세상을 넓게 포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동시대를 기록하고 위로하는 작품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시인이 직접 찍은 소녀상 사진 아래 “살아서 죽었던 당신들은 다시 살아 행복하라/살아서 매맞던 몸은 다시 싱싱하게 펄럭이고/산 채로 태워졌던 몸은 되살아 꽃피워라/꽃피거나 시들거나 아픈 몸은 더는 아프지 말라”(‘잃어버린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작가의 위로는 애달프기 그지없다.

 

한편 시인은 이번 시집과 같은 제목으로 오는 10일까지 류가헌에서 사진전을 연다. 값 9천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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