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몸비족(smombie族)’이라는 게 있다.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를 합성한 신조어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을 넋 빠진 시체 걸음걸이에 빗대어 일컫는 말이다.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매인 세태를 풍자한 것으로 2015년 독일에서 처음 사용됐다. 중국에선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고 해서 저두족(低頭族)이라 부른다.
현대인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지나치다. 상당수가 중독자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해 밥을 먹으면서, 지하철에서,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걸으면서, 화장실에서, 잠들기 전 침대에서까지 스마트폰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전 세계가 지금 스몸비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엔 중국 저장성에서 스마트폰을 보 며 귀가하던 주부가 연못을 보지 못해 빠져 익사했고, 독일 바이에른 주에선 휴대전화 게임에 빠져있던 열차 신호제어 담당자가 신호를 잘못 보내는 바람에 열차가 충돌해 11명이 숨 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월엔 미국 뉴저지주에서 거리를 걷던 흑인 여성이 스마트폰을 하느라 길을 제대로 보지 못해 2m 아래 지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스몸비족 문제는 우리나라도 심각하다. 국내에서 2016년에 발생한 스몸비 관련 교통사고는 1천360건으로 2011년보다 배 이상 늘었다. 지자체 등에선 시민이 많이 오가는 길바닥 또는 횡단보도에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교통안전표지를 설치하고 있으나 별 효과는 없다.
미국 하와이 호놀롤루시에선 길을 건널 때 스마트폰을 보는 시민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호놀룰루 시의회는 최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걷는 ‘산만한 보행’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스몸비들에게 15달러(약 1만7천원)에서 130달러(약 14만6천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전자기기 보행자 안전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보행 중 통화를 하거나 인도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허용된다. 법안은 10월 25일부터 발효된다. 스몸비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호놀롤루시가 처음이다. 주민 권리를 침해하는 지나친 입법이라는 반대 여론도 있지만 시는 ‘안전 우선’을 내세워 강행할 방침이다.
세계 각국은 금지법 입안뿐 아니라 스몸비 관련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영국 런던은 가로등의 기둥을 패딩으로 감싸 스몸비들이 부딪혀도 다치지 않게 했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시는 철길 인근 땅바닥에 신호등을 설치해 아래쪽만 보며 걷는 스몸비들도 신호를 볼 수 있게 했다. 우리도 스몸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ㆍ행정적 조치 강화가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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