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청동 조각이다. 2011년 12월14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천회 수요집회 때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졌다. 전쟁의 아픔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서다.
평화의 소녀상은 조각가인 김운성·김서경 부부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의뢰로 제작했다. 소녀상은 1920~1940년대 조선 소녀들의 일반적인 외모를 가진 단발머리 소녀로 의자 위에 손을 꼭 쥔 채 맨발로 앉아 있다. 단발머리는 부모와 고향으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하며, 발꿈치가 들린 맨발은 전쟁 후에도 정착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방황을 상징한다. 소녀의 왼쪽 어깨엔 새가 앉아있다. 새는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과 현실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소녀상 옆에 놓인 빈 의자는 세상을 떠났거나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모든 피해자를 위한 자리다.
2011년 첫 설치 이후 의정부, 고양, 수원, 부산, 광주 등 국내 곳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한ㆍ일 위안부 합의’ 이후엔 전국적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 붐이 일고 있다.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으로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올해 광복절 전후로 전국 11곳에 소녀상이 건립, 국내외 소녀상은 모두 58개로 늘어난다.
평화의 소녀상은 지역에 따라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인천 부평공원에는 징용노동자상과 소녀상이 나란히 세워졌다. 부평은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군수공장이 위치했던 곳이어서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노동자들도 기리기 위해 시민성금 7천500만원으로 세웠다. 부산의 경우 중국인 소녀상도 함께 세웠다. 서울 금천구의 소녀상은 왼손엔 번데기가, 오른손엔 나비가 앉아있다. 번데기는 나비가 되기 이전의 상처받은 과거를, 나비는 미래를 뜻한다.
해외의 미국 캘리포니아와 미시간 주에도 소녀상이 세워졌다. 2015년 11월엔 화성시민 성금으로 캐나다 토론토에 소녀상을 건립했고, 지난 3월엔 수원시민 성금으로 독일 레겐스부르크시 인근 비젠트에 소녀상을 세웠다.
평화의 소녀상은 시내버스도 탄다. 서울의 동아운수는 14일부터 9월30일까지 151번 버스 5대에 특별제작한 평화의 소녀상을 태우고 운행한다. 승객 안전을 고려해 가벼운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제작했다. 소녀상 옆 차창엔 그 뜻도 새겨 넣었다.
계속되는 소녀상 건립에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기 쉬운 움직임을 자제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공식 사죄부터 하는 게 우선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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