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약학대 교수팀의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계란 속에서 중금속 물질인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했다. 양계장에서 인공사료에 의해 사육된 닭의 계란에서 0.008PPM, 일반 가정에서 사육된 재래종 닭의 계란에서 0.007PPM이 측정됐다. 연구팀은 “일본의 쌀에 대한 카드뮴 허용 기준 1.0PPM에 비하면 대단하지 않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카드뮴이 계란에서 검출될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1983년 6월에 보도된 이 기사가 국민을 계란 공포로 몰아넣었다. ▶1989년 일회용 계란포장용기가 등장했다. 경기양계협동조합이 처음으로 일회용 계란판 생산시설을 설치했다. 그때까지 계란은 플라스틱 계란판에 담아 보관, 운반됐다. 이 판을 업자들이 세척하거나 소독하지 않은 채 재사용하면서 위생 문제가 제기되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전국계우연합회는 기존 플라스틱 계란판을 자동으로 세척하는 공장을 세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명절 선물로 계란 꾸러미가 오가던 시절이다. 그만큼 계란에 대한 위생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됐다. ▶어제(15일) 오전, 계란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국내산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남양주 농가 한 곳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됐고, 광주의 농가에서는 비펜트린이 검출됐다. 벼룩이나 진드기를 없애는 살충제에 포함된 성분이다. 정부는 15일 자정부터 모든 농장의 계란 출하를 중지시켰다. 몇 시간 뒤 대형마트들도 모든 점포에서 계란을 치웠다. 계란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간편식들도 판매 중단했다. ▶바다 건너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는 지난 8일 시작된 계란 파문이다. 계란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고, 파문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번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태연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가 “(우리나라는) 작년에 방송 보도 이후 양계협회나 농가에 지도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며 “농가들도 가급적 살충제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실시한 살충제 잔류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었다며 자신했다. 그러다가 이런 일이 생겼다. ▶1983년 우리 국민은 기준치 140분의 1의 카드뮴 검출에도 공포에 떨었다. 1989년 일회용 계란 포장용기 등장에도 환호했다. 30년이 흐른 지금, 그때보다 황당하고 더 후진적인 계란 행정이 등장했다. 막을 수 있었고, 예견할 수 있었던 계란 공포다. 지난해 이상 고온으로 닭에 진드기가 창출했다. 금지 살충제가 사용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런 일 없다’고 했고, ‘검사 결과 이상 없다’고 했다. 몇 명의 국민이, 몇 개의 살충제 계란을 먹은 것일까. 이를 파악하고 있을 리 없는 정부다. ‘닭 머리’ 행정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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