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골목축제’가 상표?!

류설아 문화부 차장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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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이라는 의미의 명사다. 이 무미건조한 사전적 정의로는 골목을 오롯이 설명할 수 없다.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뛰놀았던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골목은 친구들과 거대한 상상력을 펼쳤던 세계였다. 누군가에게는 또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기다리고 밀어를 속삭인 낭만적인 공간이었다. 모든 사람이 공유하면서도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 바로 골목이다. 그래서 우리는 골목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하고 친근하게 느낀다.

 

▶‘축제’는 시대 변화에 따라 그 의미가 변화해왔다. 종교적 권위가 드높았던 시대에는 일종의 종교적 의식이고 제사였다. 정치적경제적 변화로 사회가 분화하면서 놀이와 유희인 동시에 지역문화산업으로서 경제적 가치를 낳는 수단이 됐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구성원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인식은 축제 정의에서 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축제라는 단어 역시, 소소한 집안 행사에도 ‘축제구나!’라고 내뱉을 정도로 자주 쓴다.

 

▶최근 이 두 단어 ‘골목축제’에 얽힌 당혹스러운 기사를 접했다. 앞으로 ‘골목 축제’라는 명칭을 감천문화마을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부산 사하구가 ‘甘川(로고)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 ‘甘川(로고) 골목축제’, ‘골목축제’ 3개 상표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한 것이다. “2011년부터 전국 최초로 골목축제 명칭을 사용해왔는데 감천문화마을의 인지도가 상승함에 따라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모방 축제가 생”겼고, “‘골목축제’란 용어 사용에 대한 독점적ㆍ배타적 권리를 국가로부터 인정받음으로써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유사 모방 축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이 상표 등록 배경과 기대 효과다.

 

▶특허청에 확인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대답은 더 어이없다. 타 지역축제에서는 사용할 수 있도록 심의 조정, 등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골목축제 등록 공고문에 이 상표를 사용할 수 없는 업무로 ‘마을 주민 문화 예술 활동 지원 업무, 문화 예술을 활용을 위한 마을공동체 조성 업무, 마을의 역사성과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살린 창조적 도시재생마을 조성 업무’ 등이 적혀 있다. 기자의 이해력이 부족한 것인가. 이 업무가 전국 각 지역 골목에서 이뤄지는 축제와 분리 가능한 업무인가. 바라건대, 누구라도 ‘골목축제’가 어느 한 지역의 상표가 될 수 있는지 이해시켜줬으면 좋겠다.

류설아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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