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통령 우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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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는 한 나라의 사회와 문화ㆍ역사를 표현하는 상징물이다. 특히 대통령 우표는 국가의 비전과 국민의 염원을 함축하고, 시대정신이 담겨 있어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가 처음 나온 건 1948년 7월24일이다. ‘초대 대통령 취임기념 대한민국 우표’라는 글자와 함께 한복 입은 이승만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1952년 8월15일 2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양복에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 얼굴 옆으로 ‘희(囍)’자가 새겨졌다. 광복절과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의미로 경사가 겹쳤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80번째 생일 기념 등 모두 7종의 우표를 발행했다.

 

4대 윤보선 대통령의 취임 우표는 없다. 대신 ‘장면 정부’ 수립 기념우표가 발행됐다. 5~9대 박정희 대통령은 고속도로 배경그림을 넣어 근대화에 대한 집념을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취임 기념을 포함해 육영수 여사·새마을운동·해외순방 등을 소재로 24차례 우표를 발행했다. 11~12대 전두환 대통령은 7년 재임기간 중 47차례나 우표를 발행했다. 역대 최다 기록으로 해외순방 기념우표가 특히 많다.

 

13대 노태우 대통령부터는 취임 기념우표만 발행했다. 권위주의 청산이란 명분과 함께 대통령의 외국 방문이 더 이상 특별한 기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우표엔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이 등장하는데 1988년 서울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열망을 담았다. 14대 김영삼 대통령 우표엔 백두산을 그려 넣어 통일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15대 김대중 대통령 우표부터는 태극기나 태극문양 배경에 대통령 사진만 넣어 단순하게 표현했다. 김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우표도 발행했다. 16대 노무현 대통령과 17대 이명박 대통령 우표엔 세계지도가 표시돼 세계화라는 시대 흐름을 엿볼 수 있다. 18대 박근혜 대통령 우표는 품귀 현상을 빚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란 상징성과 직전 대통령에 비해 발행량을 60%나 줄여 희소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19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기념우표가 발행됐다. 태극기를 배경으로 문 대통령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다. 이중 인터넷 우체국을 통한 판매는 2시간 만에 완판됐다. 우체국에서 문재인 우표를 사려는 긴 줄은 ‘이니굿즈’ 열풍을 실감케 했다. 역시 완판돼 못 사고 되돌아간 이들이 많다.

 

대통령 우표는 취임 초 반짝 인기를 누리지만 임기 후 각기 다른 운명을 맞는다. 얼마 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우표는 발행이 무산됐다.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해 퇴임 후까지 존경받길 기대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행복할 거니까.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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