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개팔자도 양극화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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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닷가와 강·호수·계곡이 있는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애견호텔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푸른 동해와 설악산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속초에 지난 7월 초 애견호텔 ‘개편한 세상’이 생겼다. 어느 건설사의 아파트 이름 ‘이편한 세상’에서 차용했지 싶다. 개를 위한 호텔 이름으로 제격이다. 6천600㎡ 부지에 넓은 잔디밭이 있는 이 애견호텔은 내부 규모가 396㎡로 최대 20마리까지 묵을 수 있다. 휴가철 꽤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의 한 스파랜드엔 전국 최초로 애견수영장과 놀이시설을 갖춘 애견호텔이 지난 5월에 생겼다. 이곳엔 가로 5m, 세로 6m의 애견 수영장이 있어 피서객이 애견과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견주(犬主)들은 애견호텔에 강아지를 맡기고 일반 수영장을 이용하거나 스파, 찜질방을 이용할 수도 있다. 호텔은 1견1실로 2대의 홈 캠까지 설치돼 있어 24시간 반려견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음성 전달도 가능해 반려견에게 말을 걸 수도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이들이 많다보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애지중지한다. 반려동물 전용 ‘펫택시’(PetTaxi)까지 등장했다. 이름은 택시지만 자가용 자동차로 반려동물을 실어 나른다. 최근 1, 2년새 펫택시 업체가 서울에만 10곳가량 생겨났다. 주인이 함께 타지 않아도 운전사가 반려동물을 맡아 목적지까지 옮겨주기도 한다. 펫택시는 기본요금이 일반 택시의 3.7배가 되는데도 성업 중이다.

 

어떤 개들은 이처럼 호강을 하지만, 또 어떤 개들은 학대를 받고 버려진다. 올해 들어 버려진 반려동물 수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동물 통계 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5만5천399마리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반려동물 262마리가 버려진 셈이다. 이 가운데 주인에게 돌아간 경우는 8천323마리(15%)에 불과했으며 1만5천800마리(28.5%)는 다른 곳으로 입양됐다. 36.5%는 안락사하거나 질병으로 자연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올해 유기동물 수는 9.8% 늘어났다. 구조되지 않은 유기동물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 1천만 가구 시대를 맞았다. 반려견은 필요할 때만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분양받은 이들은 개를 끝까지 키울 수 있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학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개를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줄로 연결한 뒤 끌고 다니는 끔찍한 사건이 가끔 발생한다. 동물학대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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