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조동진의 詩

‘나뭇잎 사이로 하얀 가로등그 불빛 아래로 너의 여윈 얼굴’(나뭇잎 사이로). ‘소매 가득 바람 몰고 다니며묵은 햇살 다시 새롭게 하며’(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조동진의 노랫말은 시(詩)다. 밤과 낮, 바람과 비, 하늘과 땅, 바다와 산, 시간과 공간…. 철저히 서정적이다. 가사 어디에도 현실주의는 없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은 그의 노랫말을 파헤쳤다. 그리곤 시대적 메시지를 찾아보려 애썼다. 독재 권력이 그런 노랫말에 ‘판금’ 딱지를 붙였다. ▶문학평론가 함돈균씨가 말했다. “좋은 시를 쓰는 순간 그 사람이 시인이다. 그런 관점에서 음악 가사를 시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는데 그런 형태의 상이 있다면 수상자로 마음속에는 조동진을 품고 있었다.” 음악평론가가 아닌 문학평론가의 평이다. 드물게 남의 가사에 곡을 붙인 노래가 ‘작은 배’다. 하필 시인 고은의 시다. ▶그런 노랫말을 통기타에 실었다. 가장 통기타적인 음악을 고수했다. 코드진행도 철저히 통기타 중심이었다. 쇠줄(스틸)을 쓰지 않은 것도 특이했다. 금속성 소리를 싫어했다. 서정적 가사를 담아낼 재질이 아니라 여긴 듯하다. 피아노, 무그 등도 사용했는데, 역할은 통기타의 여백을 메우는 정도였다. 통기타 하나로 모든 연주가 가능했던 음악이다. 70, 80년대 젊은이들이 그의 음악에 빠졌던 이유다. ▶방송에 출연한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지독하게 방송 출연을 꺼렸다. 1979년 1집 ‘조동진:행복한 사람’이 공전의 히트를 했다. 하지만 방송은 외면했다. 작고 카메라 없는 무대만을 고집했다. 1980년대 ‘동아기획 사단’의 수장으로 군림했다. 이때도 그는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 2016년 11월 그의 마지막이 된 앨범 ‘나무가 되어’가 발매됐다. 20년 만에 선보이는 그의 음악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끝내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다. ▶28일 그가 숨졌다. 그에게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노래하는 음유시인’ ‘통기타 음악의 대부’ ‘한국의 밥 딜런’…. 어느 표현이 적절한지 따질 이유는 없다. 각자의 추억이 내릴 판단이다. 굳이 필자의 추억도 옮겨본다면 이렇다. ‘30년을 한결같이 살던 음악인이다-세상의 어떤 변화에도 기웃대지 않았던 음악인이다-웬만해선 흉내 낼 수 없는 인생이다.’ 마치 오늘을 준비한 듯 들리는 그의 노랫말이 있다. ‘부르지 말아요 마지막 노래는마지막 그 순간은 또다시 시작인데’(다시 부르는 노래).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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