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kt위즈는 그날…

시작부터 특별했다. 야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애국가를 불렀다. 영화 ‘귀향’의 주인공 박지희씨와 제작진이었다. 이어 시구에는 고령의 할머니가 등장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였다. 염태영 시장의 부축을 받던 할머니가 힘찬 구호를 외쳤다. “kt위즈 이겨라!” 관중들에겐 어떤 응원 구호보다 크게 다가왔다. 대형 태극기와 함께 할머니는 내려갔고 kt위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는 시작됐다. ▶그래서였을까. 그날 kt위즈는 다른 팀이었다. 1회부터 맹공을 휘둘렀다. 앞 선수가 출루하면 뒤 선수가 진루시켰다. 다음 선수는 어떻게 하든 홈으로 불러들였다. 방망이가 부러져도 공은 외야까지 날아갔다. 상대가 3점을 내며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kt위즈는 곧바로 8점을 내며 달아났다. 상대는 끊임없이 투수를 교체했다. 하지만, 나오는 투수마다 안타와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날 kt위즈는 강팀이었다. ▶경기장은 축제의 장이었다. 공을 향해 몸을 던지는 로하스의 수비, 나올 때마다 안타를 때리는 윤석민의 공격, 담장을 훌쩍 넘겨버린 이진영의 홈런…. 1회부터 9회까지 기쁨의 이벤트는 이어졌다. 1루 응원석에 수원팬들은 자리에 앉을 틈이 없었다. 응원단장의 선창과 관중의 후창이 떠나갈듯했다. 우익수 너머 관중석에는 ‘줌마’ 부대의 ‘앞치마 댄스’가 이어졌다. 3시간짜리 축제가 그렇게 1분처럼 지나갔다. ▶경기가 끝났어도 관중은 남았다. 익사이팅 존 관중들과 선수들의 하이파이브가 이어졌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아기도 그 줄 속에 있었다. 감독과 선수들이 무릎을 꿇어 아기와 키를 맞췄다. 경기장 밖에도 흥분은 이어졌다. 선수단 차량을 관중들이 에워쌌다. 차에 오르는 선수 한 명 한 명을 격려했다. 무려 스물 한 개의 안타ㆍ홈런을 때려낸 선수들이다. 누가 누구인지 굳이 구별해낼 필요도 없었다. ▶kt위즈는 꼴찌다. 맥없는 공격, 엉성한 수비로 홈팬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랬던 kt위즈가 그날은 달랐다. 공격은 막을 수 없는 창이었고, 수비는 뚫리지 않는 방패였다. 시민들은 그런 kt위즈를 보며 행복해했다. 아쉽게도 2017시즌은 끝나간다. 남은 경기를 다 이겨도 kt위즈에게 가을 야구는 없다. 하지만, 날마다 새롭게 시작되는 시즌은 남아 있다. 시민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원시민만의 시즌’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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