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아동수당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문재인 정부가 만 5세 이하에 아동수당으로 월 1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0~5세 아동 1인당 월 10만원씩 가계 소득, 자녀 숫자와 무관하게 모든 가정에 주는 것이다. 내년 7월부터 250만명의 아동에게 지급할 예정으로 1조1천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이는 문 대통령의 공약으로 매년 최소 2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정부는 아빠가 육아 휴직을 할 때 지급하는 첫 3개월간 월급 상한액도 일괄적으로 월 2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지금은 첫째 아이일 때는 150만원이고 둘째 아이 이상에 200만원인데, 모두 200만원으로 올리는 것이다. 여성 근로자의 출산 휴가 시 월급 상한액도 월 15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인상한다.

 

정부가 아동수당을 신설하고, 여성 출산 휴가와 아빠 육아 휴직의 월급액을 인상하는 것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는 현 상황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여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저출산 해결을 위해 10년간 100조원을 썼는데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국가적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가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18만8천명으로 줄어, 합계 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1.03이 될 전망”이라면서 “이대로 몇 년 지나면 회복할 길이 없게 된다”고도 했다.

 

저출산 문제를 심각한 국가적 위기로 인식한 문 대통령의 현실 진단은 옳다. 그러나 과거 정부의 정책실패에서 알 수 있듯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매우 어렵다. 전반적인 삶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난제 중 난제다.

 

저출산은 아동수당을 월 10만원씩 준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월 10만원으로 젊은 부부의 출산기피 심리를 되돌릴 수는 없다. 사회 진출 이후 겪는 취업, 결혼, 가계를 위협하는 육아와 사교육비 부담, 심화되는 소득 양극화 등 현실의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젊은 부부들이 아기를 갖기 부담스러울 만큼 삶이 팍팍하다.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풍조도 영향을 미친다.

 

전반적인 삶의 질이 좋아져야 저출산 문제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동수당은 변죽 울리기에 불과하다. 무상보육을 시행한 지 6년째 됐지만 저출산은 개선되지 않았다. 2012년 1.3이던 합계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저출산이 국가적 난제지만 ‘획일적ㆍ무차별 지원’은 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조급증을 버리고 근본 문제를 찾아 하나하나 풀어 나가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