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요. 우리도 연합군입니까. 지금 우리도 북남 합작부대 아닙니까. 내 말 틀리요?”(북한 인민군 소년병 택기ㆍ류덕환 扮). 북한 인민군과 남한 국군은 적이다. 하지만, 동막골에서는 서로 도우며 지낸다. 적어도 이 마을에서 남ㆍ북한의 대립은 없다. 서로 마주 앉아 멧돼지 고기를 뜯고, 풀로 엮어 만든 공으로 놀이도 한다. 마을을 구하기 위해 국군의 포격에 함께 맞서기도 한다. 그렇게 동막골에서는 이념이 사라졌다. ▶“저 쪽방에 코 이래 큰 쟈는 누구 편이래요. 그러면 2대 1이잖아요. 이 사람들 치사하다야”(동막골 아낙). 국군이 미군과 한 편임을 나무란다. 미군의 개입이 공정하지 않은 싸움이라고 꼬집는다. “종로에 미군 구락부라는 데가 있는데, 제가 거기 지배인 되는 게 꿈이잖아요. 지배인은 양쪽으로 여자 딱~~끼고 죽이겠죠.”(국군 위생병 문상상ㆍ서재경 扮). 해방 공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미국 문화를 빗댄다. 미군, 술집, 지배인, 여자라는 향락적 단어가 엮여진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다. 박광현 감독의 작품이다. 6ㆍ25전쟁에 대한 접근 시각부터 이전 영화와 달랐다. ‘국군=선, 인민군=악’이라는 이분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나이 많은 마을 어르신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쪽은 국군이다. 영화는 ‘미군=영원한 우군’이라는 공식도 깼다. 국군과 인민군이 맞서는 곳에 미군이 개입하는 것을 부당한 개입이라고 묘사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개봉된 영화다. ▶박광현 감독의 이름이 오랜만에 회자된다. 작품을 통해서가 아니다. MB 정부 국정원이 만들었다는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한다. 박 감독 외에도 52명의 영화감독이 거론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이름도 보인다. 명단에는 가요계, 방송계, 배우들도 있지만, 영화감독의 이름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수 정권의 시각에 영화감독들이 눈엣가시였던 모양이다. 영화가 주는 파괴력이 그만큼 크다. 정치가 외치는 구호 수십번보다 영화 한 편이 끌고 가는 선동이 무섭다. ▶보수 권력의 눈에 웰컴 투 동막골은 ‘좌빨’ 영화였을 듯하다. 북한 인민군을 화합의 대상으로 묘사한 게 거슬렸을 게다. 미군을 불법 전쟁 개입자로 묘사한 게 거슬렸을 게다. 국군이 민간인을 폭행하는 장면을 넣은 게 거슬렸을 게다. 그런 보수 권력의 기준으로 만들어졌을 블랙리스트다. ‘웰컴 투 동막골’의 감독이 포함된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요즘 영화 ‘택시 운전사’와 ‘노무현입니다’가 있다. 훗날 이 영화들은 또 어떻게 평가될까.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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