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구호 뿐인 ‘관광도시 인천’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jhyo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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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도시에 없는 관광 시설은 고사하고 그 흔한 케이블카나 물놀이 시설 하나 없는 곳이 인천입니다.”

 

얼마 전 모임에서 한 참석자가 ‘인천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타 시도에 없는 인천만의 특화된 관광 시설이나 인프라가 필요하다’ 라는 의견을 내놓자 동석한 시 공무원이 인천 관광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정리한다. 한 마디로 ‘관광 목적으로는 인천을 방문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다.

인천관광공사가 추천한 ‘9월의 인천 가볼 만한 곳’ 중에는 개항장과 드라마 ‘도깨비’ 촬영으로 알려진 배다리 헌책방, 9·15 인천상륙작전 명소인 팔미도와 월미도, 섬 트레킹 등이다. 2017년 가을에 가볼 만한 곳으로 이곳들을 선정한 관광공사도 참 고민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천상륙작전 관련 장소는 70~80년대 수학여행 장소이며, 배다리 헌책방 거리 역시 같은 시절 전성기를 누린 이후 시나브로 사라져 가는 골목이다. 섬 트레킹 코스 또한 70~80년대 중·고등학교 시절 1년에 한번 정도 친구들과 함께 망둥어 낚시를 다녔던 그 섬들 그대로이다. 30~40년 전 그대로인 그곳들이 오늘까지 인천의 대표 관광지이다.

 

부산바다축제, 통영 ‘동피랑 마을’ 등 인천처럼 바다를 품은 크고 작은 해양 도시들은 각각의 지리적 특성을 접목해 연 수십만명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인천시가 새로운 관광 인프라 활용을 위해 수년째 추진하고 ‘168개 인천 섬 보석’ 프로젝트는 아직 빛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관광도시 인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재출범한 인천관광공사도 인천시와 산하기관들이 주관하는 관광행사의 대행기관 수준에 그치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아니, 인천관광공사의 행사 대행 수익만큼 행사의 질이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 관광공사의 자체 사업예산이 전무하다보니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제라도 인천에서만 보고 즐길 수 있는 ‘인천 표 관광’을 만들어야 한다. 인천시와 관광공사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광공사가 자체 관광 사업을 개발할 수 있는 관련 예산 확보 등 기본 여건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인천시의 관광도시 프로젝트와 관광공사의 재출범이 실패라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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