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장작의 불을 지피기란 쉬울까 어려울까. 최근 ‘삼시세끼’나 ‘정글의 법칙’ 등의 프로그램만 봐도 장작에 처음 불을 붙이기는 힘듦을 알 수 있다. 다행히 일단 불이 붙으면 금세 활활 타오른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흐르고 장작을 제때 넣지 않으면 불은 또 금방 사그라진다. 불길이 사라진 뒤에 장작을 넣어 봤자 연기만 가득 나고 다시 불이 붙기 힘들다. 때를 놓친 거다. 제때 불씨를 이어갈 장작을 넣는 게 중요하다.
민간인 통제구역 안 유일의 민간인 숙박시설 캠프그리브스. 가장 특별한 불씨를 피워놓은 곳이지만, 또 금세 불씨가 사라질 수도 있는 곳이다. 2004년 미군 철수 후, 최근 몇 년 동안 캠프그리브스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2014년 DMZ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 유스호스텔이 문을 열었고, 다음 해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촬영됐다. 또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는 문화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전시가 열리며 캠프그리브스가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불이 붙은 셈이다. 그 누가 알았겠는가. 민통선 안에 대중 숙박시설이 생기고, 최고의 인기 한류 드라마 촬영장소가 되고, 투어버스를 타고 자유롭게 출입하며 한해 외국인 관광객 1만명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될지를. 캠프그리브스의 명소화라는 시각에서 보면 이건 몇십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천재일우의 기회다. 불씨를 계속 살려야 하는 이유다.
지난 6월 문화재생 전시와 투어버스 운행이 끝나고 캠프그리브스는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외부적 요인이긴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발길도 뜸해졌다. 드라마의 인기도 급격히 식었다. 그러나 다행이다. 불길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장작을 넣을 수 있어서.
지난달 27일 UN합창단이 캠프그리브스 내 옛 볼링장에서 평화와 화합의 노래를 불렀다. UN본사 직원 18개국 36명이 ‘아리랑’ ‘고향의 봄’ 등을 한국어로 불러 감동의 순간을 연출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UN합창단이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DMZ다큐영화제가 9월21일 캠프그리브스에서 개막식을 가진다. 영화 상영과 전시도 캠프그리브스에서 진행된다. 투어버스도 되살아났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에서 상품을 구입하면 민통선 내 캠프그리브스를 손쉽게 방문할 수 있다.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 위치한 캠프그리브스는 희소성을 지닌 의미 있는 공간이다. 이 소중한 공간을 살려나가는 첫걸음은 이슈화다. 대중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전시, 공연, 문화행사를 통해 캠프그리브스 발전의 디딤돌을 만들어야 한다. 캠프그리브스가 어떠한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 고민 역시 필요하다.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 한 번 사라진 불씨는 다시 살리기 힘들다.
한상협 경기관광공사 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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