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병역 면탈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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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갈 나이의 젊은 남성들은 흔쾌히 군대에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어쩔 수 없어, 끌려가는 기분으로 입대한다. 그러다보니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병역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병역 면탈(兵役免脫)은 국가가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병역(징병)을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피하거나 달아나는 행위다. 징병 거부, 병역 거부, 병역 회피 등이 같은 말이다.

 

병역 면탈을 받기 위한 수단과 방법은 시대마다 변했다. 1960년대 병역을 회피하는 방법은 대학에 들어가 징집 연기를 받는 것이었다. 1962년 박정희 정부가 대학 정비를 단행한 직후 대학생 수가 정원의 175%나 됐다. 장기간 병역을 피한 뒤 고령(만 30세)을 사유로 면제받기도 했다. 허위로 학력을 대학이나 대학원 재학 이상으로 높이면 입영제한 연령까지 입영이 연기된다는 점을 이용했다.

 

징병검사 전날 밤부터 전등을 끄고 촛불을 밤새 계속 응시하면 일시적으로 사시가 되거나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 면제받을 수 있다는 설에 이런 짓도 했다. 석회가루를 마시면 폐질환을 앓는 환자처럼 엑스선 사진이 하얗게 나온다는 이유로 석회가루를 물에 타 마시기도 했고, 엑스선 사진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난다고 해 가슴에 쇳가루를 바르기도 했다.

 

1980년대엔 최신 검사장비가 도입돼 결핵이나 간염으로 위장해 병역을 면제받는 방법이 어려워졌다. 새로 시력이나 정신질환을 위장하거나 체중을 줄이거나 늘이는 방법으로 면제받는 방법이 등장했다. 운동선수들이 고의로 무릎 연골을 제거하고 병역을 면제받은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해외 이민이나 유학을 하며 영주권 혹은 외국 국적을 얻어 병역을 회피하기도 했다.

 

병역 면탈은 여전하다. 국방부의 ‘최근 5년간 병역면탈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적발된 병역 면탈은 총 227건이다. 2013년 45명, 2014년 43명, 2015년 47명, 2016년 54명 등으로 2014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38명이 적발됐다.

 

면탈 사유별로는 고의 체중 변화가 57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정신질환 위장과 고의 문신이 각 52건, 안과 질환 위장이 22건 등의 순이었다. 기타 어깨 탈구, 수지 절단, 척추 질환, 고아 위장 등도 40건이나 됐다.

 

병역처분 기준을 강화해도 병역면탈 행위가 날로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한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덜기 위해서라도 이런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각종 사고와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군대 문화도 개선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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