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2단독 이수웅 판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 한국도로공사 도로개량사업단장 김모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도로개량사업단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0월 도로 포장공사를 하는 A업체 회장으로부터 현금 200만원을 받았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기부·후원·증여 등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및 약속하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오는 28일이면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이다. 그동안 국민권익위원회에 법 위반으로 신고 접수된 사항은 다양하다. 도내에선 양주시의회 의원 8명이 지난 3월 양주축산농업협동조합으로부터 1인당 3만원을 초과하는 점심을 제공받았다가 적발됐다. 오산의 편의점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70대가 업무방해 혐의로 자신을 조사하는 경찰관 책상에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놓고 갔다가 과태료 300만원의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학교에서는 학부모 면담 시 촌지나 케이크 등 선물이 사라지고, 병원에서는 진료·수술 날짜를 앞당겨 달라는 등의 민원이 줄었다. 공직사회에서도 접대문화가 확연히 줄었다. 기업 입장에선 불필요한 접대를 줄일 수 있게 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성인 1천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가 청탁금지법 시행에 대해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응답자들은 부정부패와 비리, 부정청탁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부작용과 불편을 얘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음식물(3만원)·선물(5만원)·경조사비(10만원) 상한액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식사비에 제한을 두는 바람에 관공서 주변 식당들이 경영이 어려워 줄줄이 문을 닫았으며, 화훼 농가들도 판로가 끊어졌다며 아우성이다. 추석을 앞둔 농축산 농가들에서도 불만 섞인 한숨이 나온다.
학생들이 담임교사에게 캔커피 하나, 카네이션 한 송이 건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정도가 지나친 것은 중지를 모아 고치는 게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김영란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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