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회 수원화성 문화제가 끝났다. 정조대왕능행차도 끝났다. 서울에서 화성에 이르는 59.2㎞에서 재연됐다. 4천400여명이 참가했고, 700여필의 말이 동원됐다. 1795년 이후 222년 만에 완벽 재연이다. 행사가 끝나고 염태영 수원시장이 감사를 표했다. 폐막일 밤 11시7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수원시민에 감사한다’고 했다. 플래시몹 참가 시민들, 쓰레기 치운 청소년들, 교통 안내 봉사자들에도 꼼꼼히 감사를 표했다. ▶글 말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님, 채인석 화성시장님 고맙습니다.” 수원시민에 전하는 글이다. 굳이 두 시장의 실명을 넣어 감사를 표했다. 그럴 만도 하다. 이번 완벽 재연에는 서울시와 화성시의 참여가 컸다. 특히 화성시의 참여가 화룡점정이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3억여원의 자체 예산도 들였다. 행사를 주관한 염 시장이 특별히 감사할 만했다. 그 마음을 팔로어 2만7천명인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그런데 두어 시간 전에도 비슷한 ‘인사’가 있었다. 수원 창룡문에서 있었던 폐막식 인사말에서다. 국회의원, 기관장 등 귀빈들의 인사말은 생략됐다.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다. 시장도 짧게 했다. 그런데 그 정리된 말 속에도 ‘채인석 시장’을 얘기했다. “이 자리에는 안 계시지만 박원순 시장님과 채인석 시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라며 시민들의 박수까지 청했다. 신문ㆍ방송 카메라와 3천여 시민이 보는 앞에서 한 인사다. ▶김성제 의왕시장도 열심히 했다. 지난해에는 수원시청에서 열린 준비 모임에 시간을 쪼개 가며 참석하기도 했다. 올해는 행렬 맨 앞에서 직접 재연단이 되어 행진했다. 이필운 안양시장도 2년째 행차에 함께 하고 있다. 그런데 염 시장은 유독 채인석 시장에만 감사를 반복했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그 뜻을 알고 있다. 수원시와 화성시의 갈등, 지역민에게는 더 이상의 뉴스거리도 아니다. 이를 풀려는 뜻이 있음을 시민이 안다. ▶1795년. 정조는 행차를 끝내고 창덕궁에 도착하자마자 격쟁(擊錚) 상언을 정리했다. 모든 상언을 3일 내 처리하라고 명했다. 신하들이 ‘격쟁이 남발되면 계급제도와 사회 기강이 무너진다’고 반대하자 이렇게 꾸짖었다. “불쌍한 저 고할 데 없는 백성들이 가슴에 깊은 원한을 품고 분주히 와서 호소하는 것이니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하소연하는 것과 같다.” 정조의 소통은 그랬다. 백성과 정적(政敵)을 가리지 않았다. ▶지척에 있는 두 시장(市長)이다. 올해는 정조 능행차까지 함께 치렀다. ‘정조 행차를 완벽히 재연했다’는 소회를 말하기 전에 ‘정조 정신과 너무도 다르다’는 고민을 해야 한다. 한쪽의 ‘감사’가 있었으니 다른 쪽의 ‘답사’가 있으면 보기에 좋을 듯하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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