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넘나드는 카렌족, 한국의 한방의료지원 절실”
미얀마 소수민족들 27년째 떠돌이생활
의사·의약품 부족 등 의료 환경 ‘심각’
메솟지역(미얀마와 태국 접경)에 있는 버마난민병원 ‘메타오 크리닉’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2년째 한의사 의료봉사를 하는 박강호 한방과장(62)이 지난 26일 파주를 찾았다. 파주보건소와 카렌족의 한방의료지원협의를 위해서다.
박원용 전 경기도 보건정책과장과 함께 보건소를 방문한 박 과장은 김규일 파주보건소장 등을 만나 “떠돌이 생활하는 카렌족들이 부족한 의료시설로 고통을 겪는다”며 “동아시아에서 대한민국 한의학역할이 확대되도록 깊은 관심을 둬 달라”고 요청했다.
안산시청 간부로 재직 중 정년보다 2년 먼저 퇴임했던 박 과장이 메타오 크리닉과 인연을 맺은 것은 2년 전부터다. 메타오 크리닉은 미얀마정부의 탄압으로 태국 인근에서 난민생활을 하던 카렌족 등 13개 소수민족의 의료지원을 하는 무료병원이다. 2015년 9월 카렌족선교를 하던 한국인 선교사가 “홍콩 한의사들이 의료 활동을 하지만 연속성이 적다”라며 한의사 의료봉사를 권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박 과장은 안산시 환경보호과장으로 재직하던 1999년, 3년여 동안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미국한의사면허를 취득했다. 박 과장은 “유학 갈 때 비자, 휴직 등 고비 때마다 도움을 주었던 분들이 많다. 이들에게 약속했다. 한의학을 익혀 의료봉사에 나서겠다고 말이다”며 “이를 실천할 기회인데 왜 주저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과장은 카렌족 치료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의과대학 설립에도 나섰다. 지난 7월부터 5년 과정으로 학생 6명에게 매주 화ㆍ목요일 침, 부황, 뜸의 한의학스쿨을 시작했다. 카렌족 지도자에게 뜸 교육도 실시한다. 카렌족이 카렌족을 치료하는 것이 그의 꿈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얀마 내 민주화 정부가 들어선 이후 메타오 크리닉도 변화를 맞고 있다. 나라 사정이 나아졌다고 판단한 각국 정부의 후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한해 600만 원이면 운영되는 한방과에 예산이 40% 줄어 환자 치료와 카렌족 한방교육에 애를 먹고 있다.
박강호 과장은 “쑥뜸은 산속마을에서 벌레 물리고 염증, 통증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카렌족 사이에선 나부카(아프다, 뜨겁다, 좋다)라고 부른다”며 “5천 원하는 쑥뜸 한통이 산속 소수민족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 한국의 따뜻한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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