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황금연휴가 마냥 즐겁지 않은 까닭

김창학 정치부장 chkim@kyeonggi.com
기자페이지

몇 년 전 유머러스한 글과 함께 빨간 날이 표시된 달력이 인터넷을 달궜다. 2017년, 2044년까지 꼭 살아야 할 이유였다. 내용은 이렇다. 2017년은 징검다리 휴일이 끼면 무려 10일간의 황금연휴며 2044년 역시 열흘간의 휴무가 가능하니 여행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아마도 생활이 무미건조하고 퍽퍽한 서민들에게 어린 시절 소풍을 기다리듯 그날(?)을 기다리며 즐겁게 살라는 위로인 듯 싶다.

 

올해 어김없이 추석 명절이 다가온 데다 하루만 지나면 그토록 고대하던 열흘간의 휴식시간이 생긴다. 긴 연휴로 이미 국내ㆍ외 항공의 예약률이 90%가 넘고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의 경우 예약률 100%를 보이며 좌석 품귀현상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연휴가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 가족, 친지 중에 있을 수도 있는 취업준비생. 일하고 싶어도 취업이 되지 않은 취준생에게는 추석연휴의 쉼보다도 친지와의 만남 자체가 불편하다. 혹여 자신에게 들려주는 위로의 말도 결국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8월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 2013년 2월 이후 최저인 21만2천명에 불과했다. 고령층을 제외한 전 연령대가 고용절벽에 가로막혔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9.4%로 8월 기준 통계로는 18년 만에 최악이다. 무엇보다 취준생을 포함한 청년층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 3)이 22.5%(114만여 명)로 1년 전보다 1%p 높아졌다. 이는 취업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들이 ‘기-승-전-취업’을 외치는 까닭이다.

 

정부가 지난달 공무원 충원을 위한 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인원은 2천500여 명.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 있는 숫자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청년들로 하여금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 신분의 매력이 자칫 청년실업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경기도와 성남시도 청년 일자리 정책을 놓고 ‘포퓰리즘’ 논쟁을 벌였다. 취준생에게 정치적 잣대는 무의미하다. 정책 판단은 청년들의 몫이다.

김창학 정치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