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족’이라 일컬어지는 신(新)인류가 있다.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혼자 여가생활과 쇼핑을 즐기며, 혼자 여행도 하는 등 혼자 활동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들을 통칭한다.
거주의 개념에서 혼자 집에 머무는 사람을 지칭하는 1인 가구와 달리 혼족은 사회적ㆍ문화적으로 보다 폭넓은 의미를 지닌다. 의식주 활동은 물론 문화생활과 놀이, 여가활동 및 여행ㆍ자기계발 등 모든 부문에서 혼자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혼족은 1인 가구가 늘면서 더 뚜렸해졌다. 현재 우리나라 1인 가구는 530만명에 달한다. 전체 가구의 27.9%를 차지한다. 통계청은 2035년엔 76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1인 가구가 가장 보편적인 가족 형태인 2세대 가구에 육박하는 수치다.
1인 가구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이어지던 전통적 가족의 형태를 깼다. 혼밥ㆍ혼술ㆍ혼영ㆍ혼놀ㆍ혼행이 더이상 독특하거나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현대인들은 ‘함께’가 아닌 ‘혼자’를 즐기거나 일상생활로 받아들인다. 취업난과 경제불황,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혼족 증가에 한몫했다.
1인 가구 급증으로 사회 트렌드가 바뀌었다. 혼족은 타인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가족보다 자신의 건강과 경험을 중요시하며 인생을 즐긴다. 취미나 자기계발 등을 위해서 과감하게 지갑을 열어 관련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그래서 ‘1인’과 ‘경제’(economy)를 합친 ‘일코노미(1conomy)’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2020년이면 1인 가구를 위한 시장 규모가 120조원 정도로 성장할 것이란 예측이다.
지난 주말부터 최장 10일간의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모처럼 긴 연휴를 맞아 여유롭게 고향집에 다녀올 수도 있지만, 국내외 여행을 떠나거나 취업ㆍ결혼 등을 묻는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 나홀로 명절을 보내는 ‘혼추족’도 많다. 혼추족을 위한 소용량, 간편식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돼 경쟁이 치열하다. 한 편의점은 ‘추석반상 도시락’을 새로 내놨다.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전과 양념갈비구이, 송편, 명태식해 등으로 구성했다. 백화점 선물세트도 혼추족을 겨냥해 S백화점은 문배주, 이강주 등 전통주를 125mL짜리 작은 병에 담은 ‘술방 미니어처 세트’를 선보였다.
혼자를 여유롭게 즐기는 혼추족도 있지만 취업ㆍ결혼 등의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고향에 가지 않는 혼추족도 있다. 평소보다 급여가 높기에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뛰는 혼추족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어쩔 수 없이 혼자여서 외롭고 우울한 혼추족도 있다. 혼추족이 모두 멋있다거나 부러운 건 아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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