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화가 걸려 온 날 오후 명우는 딸아이 명지와 하루를 놀아 주고 오는 길이었다. 사흘째 강행군으로 글을 쓰고 있었지만, 명우의 정신은 말짱했다…주차장에 주차를 시키고 들어가려고 할 때, 수위에게 어느 여자분이 다방에서 기다린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때도 가을이었다.”
▶1980년대 격변의 현대사 한복판에 섰던 젊은이들의 치열한 사랑을 그린 공지영의 단편소설 <고등어>는 이렇게 시작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진정한 사랑은 현실에서 잠시 비켜서야만 보인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고등어라는 생선은 질곡의 시간을 보냈던 청년들에게 하찮은 것 같지만, 소중한 그 무엇을 의미한다.
▶이 녀석은 200여년 전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유배 시절 기술한 <자산어보>에도 ‘벽문어(碧紋魚)’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몸은 길고 방추형으로 눈은 크며 기름 눈까풀이 잘 발달됐고 동공 부위는 노출됐으며 두 눈 사이는 평편하다. 위턱의 뒤끝은 동공의 중앙 아래에 이른다. 등지느러미는 2개로 멀리 떨어져 있다.
▶요즘 유행하는 ‘아재 개그’ 버전으로 풀이하면 고등어는 고졸의 고학력(?) 바닷고기다. 한자로는 ‘언덕에 오르는 고기’라는 뜻으로 ‘皐登魚’라고 쓴다. 좀 생뚱맞다. 봄에 제주 성산포 근해에서 한 무리는 동해, 다른 한 무리는 서해로 올라가는 동선 때문일까. 서해로 올라가는 무리가 성하면 동으로 올라가는 무리가 쇠하고, 동해로 올라가는 무리가 성하면 서해로 올라가는 무리가 쇠해진다.
▶최근 우리나라 국민이 즐겨 먹는 생선 가운데 셀레늄 함량이 가장 높은 생선은 고등어인 것으로 조사됐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세계보건기구가 필수 영양소로 지정한 셀레늄은 노화 속도를 늦추는 항산화 효과가 높은 물질이다. 고등어를 자주 섭취하면 노화를 방지하고 성인병도 예방한다는 뜻이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고등어 등 어류 13종 620여 건을 조사한 결과 고등어의 셀레늄 평균 함량은 0.66㎎㎏으로 분석 대상 생선 가운데 함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어가 명쾌하게 ‘국민 생선’으로 등극하고 있다. 명절이 끝나도 온갖 우울한 소식 투성이인 요즘 이래저래 반갑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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