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가 12일 시작됐다. 예상대로 여야는 전 정권ㆍ현 정부의 ‘적폐(積弊)’를 놓고 격돌했다. 이미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보수정권 9년간의 적폐, 즉 공영방송 장악 의혹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가기관을 통한 댓글 공작 등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를 통해 국가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거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의 적폐청산 프레임에 맞서 문재인 정부를 ‘신 적폐’,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원조 적폐’로 규정하고 맞불을 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국정감사장은 마치 전쟁터를 연상시킨다. 언론들은 여야 간 프레임 전쟁을 혈투로까지 표현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기회기 중의 법정 기간에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 국정 전반에 대해 벌이는 감사 활동이다. 대상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이다. 올해는 701개 기관이 감사를 받는다. 전년 대비 11개 기관이 늘었다. 국정감사는 제헌국회 때 시작돼 제4공화국 당시 국정감사권이 부패와 관계기관의 사무진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중단됐다가 1987년 헌법에서 부활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각 정부 부처를 감사하다 보니 흔히 야당이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정권교체로 공수가 바뀐데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아 여야 간 주도권 쟁탈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이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북핵 문제와 한미 FTA 개정협상 문제 등으로 말미암은 현 정부의 외교 안보 무능과 경제 실정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태세여서 자칫 이번에도 정치공방의 장으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국정감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마구잡이 증인 신청과 자료 요구, 설(說)을 토대로 한 폭로와 흠집 내기, 피감기관 장 혼내기로 일관된 모습을 신물 나게 보아온 터다. 이번에도 여야가 준비하고 있는 사안 중 상당수가 상대방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여과 없이 쏟아졌다간 불신의 골만 깊어진다. 지금 우리 앞에는 북핵 문제에 더해 미국발 통상 압력에다 경제침체, 청년 실업, 가계부채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과거를 들추고 헐뜯는 정치공세가 아닌 민생이 먼저인 미래지향적인 국정감사를 벌여주길 바란다.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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