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학교생활기록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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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기록부는 말 그대로 초중고교 학생의 학교생활 모습과 발달상황을 기록하는 문서다. 1954년도 이전까진 학적부라고 불렀다. 이후 학적부 양식이 개정되고 이름도 종합생활기록부, 학교생활기록부 등으로 바뀌었다. 학교생활기록부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학생활동 결과를 입력해 학생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자료로 상급학교 진학, 취업 등의 자료로 활용된다.

 

학교생활기록부를 근거로 뽑는 대학입시 전형 비중이 커지면서 일선 고등학교에서 학생부 기록을 고치는 일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부를 무단으로 정정하거나 조작했다가 발각된 건수가 최근 3년간 308건이나 됐다. 그렇잖아도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으로 비판받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더욱 불신을 받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최근 5년간 고등학교 학생부 정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고등학교에서 학생부를 정정한 건수는 모두 18만2천405건이었다. 2012년 5만6천678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새 3.2배나 늘어났다. 올해도 1학기에만 10만7천760건을 정정했다. 기재 영역별로 보면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등을 적는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10만9천18건이 고쳐졌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3만6천925건, 인성이나 관심사항을 적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3만6천462건이 수정됐다.

 

현장 교사들은 “학생부 기록이 워낙 중요해지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가 사소한 내용에도 워낙 민감해해 정정 건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학원에서 컨설팅받은 내용을 들고 와 학생부를 고쳐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단다. 학생부를 학생과 학부모 입맛대로 수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부 작성·관리지침에 따르면 해당 학년도 이전 학생부 입력 자료는 원칙적으로 고칠 수 없다. 하지만 기재 실수로 학생의 활동사항이 누락되는 등 수정해야 하면 각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서 증빙자료 등을 심의해 고쳐 준다. 절차를 지킨 정정은 불법이 아니지만 정정 건수가 20만건에 달할 정도로 늘면서 학생부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부는 대학입시의 핵심 전형 자료다.

 

학생부를 고쳐 내용을 추가한 학생은 합격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학생부를 수정하지 못한 학생은 그 반대라면 심각한 문제다. 학생부 관리가 이런 식이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험생 사이에 ‘학생부 기재용 스펙쌓기 경쟁’이 사실로 드러난만큼 학종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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