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경주’는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 많은 도박게임이다. 색깔이 다른 달팽이 몇 마리가 출발신호와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달팽이들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몇 명의 학생들이 PC방 모니터 앞에 앉아 주먹을 불끈 쥔 채 응원을 한다. 자신이 지목한 달팽이가 결승점에 먼저 다다르기를. 이 게임은 캐릭터만 귀여운 달팽이를 썼지 경마 도박처럼 실제 돈이 오간다. 포털에서 달팽이경주 게임 사이트를 검색하면 수십개씩 뜬다. 성인인증 절차가 없어 미성년자가 얼마든지 가입할 수 있다.
‘소셜그래프’도 중독성이 강한 도박게임이다. 게임 사이트에 들어가 계좌이체 등으로 돈을 입금하면 그래프 막대기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래프 막대기는 두 배, 세 배, 네 배로 표시된 지점 중 어디서 멈출지 모른다. 이 그래프가 배당률을 나타내는 특정 지점에 멈추기 전 ‘즉시 출금’ 버튼을 누르면 표시된 배당률에 따라 입금한 돈의 두 배, 세 배 돈을 딸 수 있다. 하지만 그래프가 멈출 때까지 출금 버튼을 누르지 못하면 입금한 돈은 날아간다. 유튜브에서 ‘소셜그래프’를 검색하면 게임 방법부터 돈 벌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영상 목록이 1만개가 넘게 뜬다.
10대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해 도박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도 많다. 상당수 청소년들이 용돈을 받아 여유자금이 생기면 친구들과 사이트에 접속해 게임을 한다. 때론 베팅금액의 몇 배를 벌며 재미를 보기도 하지만 돈을 잃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들은 게임하는 즐거움과 돈을 땄을 때의 짜릿함을 잊지 못해 갖가지 핑계를 대가며 부모한테 돈을 타내고, 친구에게 돈을 빌린다. 그러다 안되면 절도나 강도, 사기 등의 범죄까지 저지른다.
박경미 의원(더민주)이 경찰청·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형사 입건된 10대 청소년이 2014년 110명에서 지난해 347명으로 3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빚을 진 상태고,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범죄에 발을 들였다. 불법 도박에 발을 들인 청소년들은 도박 중독으로 인한 우울증과 채무, 학업 부적응, 관계 단절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도박 중독으로 치료를 받는 청소년 수도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도박 중독으로 외래진료를 받은 청소년이 2013년 13명에서 지난해 4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호기심에서 시작했다가 빚이 몇천만원까지 늘고, 나중엔 도박중독자 내지 범죄자로 전락하게 되는 10대 청소년들을 방관해선 안된다. 일선 학교에서부터 도박 중독 예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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