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출근길을 막아서는 개(犬)가 있다. 하얀 털로 뒤덮인 작은 개다. 앉은 자리가 한결같다. 도로 옆 모서리다. 시간도 규칙적이다. 출근 시간에 있고 퇴근 시간엔 없다. 언제부턴가 동네 유명인사(?)가 됐다. 차를 막는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혹시라도 다칠까 조심스레 지나친다. 한 달여 전, 개가 다리를 절기 시작했다. 아마도 차에 치인 듯했다. 다들 안타까워했다. 이제 개는 동네의 구성원이다. 봐야 좋고 안 보이면 걱정된다. ▶개에 물린 사람이 죽었다. 유명한 식당 대표인 50대 여성이다. 동영상이 공개됐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작은 개가 들어왔다. 곧바로 여성의 다리를 물었다. 6일 뒤 여성이 사망했다. 개 주인이 연예인 최시원씨다. 사인을 두고 논란이 크다. 개 주인의 책임을 지적한다. 목줄을 묶지 않은 잘못이다. 직접적 사인이 아닐 수도 있다 한다. TV에 나온 전문가가 말했다. ‘사람이 개에 물려 죽는 일은 거의 없다.’ 과연 그렇게 볼 일인가. ▶권모군(9)은 가난했다. 부모님도 없었다. 할머니와 함께 살았었다. 2005년 11월11일 숨졌다. 집으로 삼던 비닐하우스에서 발견됐다. 범인은 기르던 개였다. 기르던 개가 맹수로 돌변했다. 여기저기 끌려다닌 흔적이 참담했다. 아이가 마지막 숨은 곳은 출입문 뒤였다. 권군의 일기장이 발견됐다. ‘할머니가 샌들을 빨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샌들을 갖고 와서 비누를 가지고 와서 빨았습니다.’ ‘개에 물려 죽는 사람은 없다’고 얘기하니 다시 찾아본 옛날 기사다. ▶동네엔 또 다른 개가 있다. 어린 아이 몸집보다 크다. 반쯤 벌어진 입속에 송곳니가 무섭다. 연신 흘러내리는 점액질도 공포다.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가 소름 돋는다. 아침마다 주인과 산책을 한다. 목줄을 쥔 주인이 끌려가듯 뛴다. 하필 주인이 동네 ‘반장님’이다. 반상회가 열렸고 논쟁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말했다. ‘아이들이 걱정된다’ ‘어른도 무섭다’ ‘놓치면 어쩔건가’…. 주인 ‘반장님’이 말했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관리 안 된 개는 맹수다. 맹수로 돌변할 수 있다. 최시원씨에겐 사랑스러운 애견도 식당 대표에겐 맹수였다. 권군에겐 친구 같았던 개도 그날은 잔인한 금수였다. 다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다른 집 개는 물어요’란 표현이다. 그렇게 들린다. 세상에 물지 않는 개가 어디 있나. 개는 물어야 먹고, 먹어야 산다. 사람을 물기도 하고, 물린 사람이 죽기도 한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말은 옳지 않다. ‘우리 개는 관리해요’라는 말이 옳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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