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에 빠져 후유증을 앓는 20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및 업무 스트레스나 불안감에 술을 자주 찾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정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2016년 사이 30대와 40대, 50대에서 모두 알코올 중독 환자가 감소한 것과 달리 20대에서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대 환자는 2012년 4천415명에서 2016년 5천337명으로 20.9%나 증가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나는 알콜중독자다’란 카페가 있다. 술이 인생을 흔들기 전에 금주를 다짐하며 금주 방법들을 공유하는 카페다. 회원이 7천400여 명 되는데 20대 회원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20대 청년의 건강 문제는 알코올뿐만이 아니다. 윤의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 만에 20대 청년의 경추질환자와 척추질환자가 각각 27.7%, 13.0% 증가했다.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41.3%), 위·식도역류병(20.6%), 장염(28.4%) 등 소화계통 질환을 앓는 20대 환자 수도 크게 늘었다. 20대 공황장애 환자도 지난해 1만3천명으로, 2012년(8천명)보다 65%나 늘었다. 20대 우울증 환자 역시 같은 기간 22.2%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은 국가건강검진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상당수다. 건강보험공단의 일반건강검진 대상에서 제외되는 20~39세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현재 418만명에 이른다. 이는 일반건강검진 대상자를 ‘지역세대주, 직장가입자 및 40세 이상 세대원과 피부양자’로 규정하고 있어 취업을 못한 20~30대 청년들이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20~30대 맞춤형 건강검진 도입이 필요하다.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어.” 각박한 현실과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청년들이 한숨 섞인 푸념을 늘어놓을 때 쓰는 단어다. 먼저 취업한 친구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계속되는 취업 실패에 절망하며 하루하루 버거운 삶을 이어가는 젊은이들의 건강이 좋을 리 없다. 청년 취업률이 바닥을 칠수록 청년 우울증 비율은 치솟는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술과 담배를 찾게 되거나, 타인과의 접촉을 기피하게 된다. 쉴 새 없이 스마트폰으로 취업 정보, 면접 스터디, 취업률 기사 등의 불안한 소식을 접하면서 일상에서의 불안장애까지 겪는다. 높은 실업률, 세대 간 갈등, 소통의 부재, 대인기피 등이 청년들을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20대가 건강하지 않으면 국가 미래도 건강할 수가 없다. 적신호 켜진 20대 청년의 건강, 국가가 나서서 챙겨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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