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우리는 건강한 의료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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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선임 간호사가 후임 간호사를 정도 이상으로 훈육하는 ‘태움’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컸다. 간호사는 우리가 병든 몸으로 치료를 위해 찾아가는 병원에서 내 몸과 마음의 치유를 돕는 소중한 의료인이다.

간호사들이 환자에게 최상의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건강해야 한다. 몸은 물론이거니와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날카로운 이성과 지성과 함께 아픈 이들을 돌보기에 넉넉한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고,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간호사의 근무여건이 남의 일 같이 않게 살펴야 한다.

 

최근에는 학교와 병원에서 선배로부터 대물려 오는 폭력에 말 못하고 당해온 의사와 의학과 학생들의 이야기가 화제이다. 수술장에서 수술기구가 던져지고, 진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사용될 도구가 깨지면서 그들이 폭력을 당하고 있다. 우리의 몸을, 의식이 없는 우리 몸뚱이를 전폭적인 신뢰로 그들에게 내맡기고 누워 있는데, 그들이 내 몸뚱이를 치료하면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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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교, 일부 의료기관의 이야기이지만, 맘이 아프다. 우리는 똑똑한 의사 못지않게 따뜻한 의사를 기대한다. 인간으로서의 나를 존중해주고, 몸이 아파 함께 아픈 마음도 만져줄 수 있는 의료인을 기대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 믿고 싶다. 그런 의료인은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존중할 것이다. 신체적 폭력이던, 언어적 폭력이던 그 어떤 모습의 폭력도 의료인 사회에서는 사라져야 한다.

 

의과대학과 간호대학은 우수한 인재가 모이는 대학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서로 경쟁하며 마음보다 머리를 채우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선배 간호사로 의료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에 몸담고 있는 교육자로서 우리 의료 현장의 민낯을 대하면서 마음이 아프다.

 

이제는 대학이 어떤 의료인을 길러내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 똑똑함을 뛰어넘은 따뜻한 의료인을 양성해야 한다. 인간을 존중하는 의료인의 기본 정신이 현장에서 구현되고, 의료인 사회에서부터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요즘 내가 하는 고민이다.

 

박은영 가천대학교 학사부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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