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남지사·대구시장 실명 거론’
경기도 前 행정부지사 얘기도 나와
‘행정가’ 선거판 확장할 그룹핑 되나
행정은 복합 업무다. 별의별 업무가 다 있다. 하물며 1천300만명을 보살피는 도정(道政)이다. 이 걸 결정하는 자리가 도지사다. 임기라야 4년이다. 복습으론 늦는다. 예산 10분의 1도 못 보고, 직원 10분의 1도 못 만난다. 사전 예습이 필요하다. 그렇게 보면 최고의 도지사감은 행정 부지사 출신들이다. 부(副ㆍvice)로 있으면서 정(正ㆍmain)의 업무를 봐서다. 지방자치 초에는 유권자들도 그렇게 여겼다. 정치권도 후하게 평했다. 유력 후보군이라 여겼다. 정 전부지사가 추억한다. “권유가 왜 없었겠어….” 어디 그 뿐이었겠나. 모르긴 해도 부지사 여럿이 그런 권유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 명도 없다. 이인제ㆍ손학규ㆍ김문수ㆍ남경필 지사가 모두 정치인이다. 임창렬 지사도 정치색 입혀진 부총리였다. 낙선한 후보에조차 없다. ‘행정의 달인’의 한계가 지적됐다. 여전히 고위직의 고귀함을 지키려 했고, 찾아와서 모셔가 주기를 바랬고, 쌓아온 과거의 것을 하나도 놓지 않으려 했다. ‘정치의 달인’은 그러지 않았다. 한없이 추해지기도 했고, 넉살 좋게 굽실거리기도 했고, 전부 잃을 각오를 하기도 했다. 경기지사직에 오른 건 이런 ‘정치의 달인’들이었다. 그 사이 행정부지사들의 몸값도 떨어졌다. ‘허구한 날 재기만 하다가 날 새는 사람들’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랬던 행정부지사 얘기가 며칠 전 들렸다. 한국당 발(發)이다. 행정가 그룹을 지방선거에 검토하고 있다는 설(說)이다. 여당의 정치군단에 맞불을 놓겠다는 전술이란다. 몇몇 지역에서는 이름도 등장한다. 경남도지사에 윤한홍 의원, 대구시장에 정태옥 의원. 윤 의원은 경남 행정부지사, 정 의원은 대구 행정부시장 출신이다. 그 속에 경기도 얘기도 있다. 박수영 전 행정1부지사 이름이 스친듯하다. 말의 진원지를 추적해봤다. 당의 ‘특별한’ 위원장 입이 출발지다. 하필 이런 때 홍준표 대표도 묘한 말을 던졌다. “경기도 자존심을 살려줄 1~2명을…뚜껑이 열리면 크게 놀랄 것이다”.
‘설’이 사실인 것과 사실이 현실이 되는 건 다르다. 행정가 투입설이 있다고 곧 후보가 되는 건 아니다. 시간이 많고, 정치도 안갯속이다. 그럼에도, 귀를 쫑긋거리게 되는 건 판의 확장 때문이다. 이미 ‘시장 그룹’은 2018 선거판의 한 자리를 꿰찼다. 여기에 ‘행정가 그룹’까지 가세할 수 있다는 얘기다. ‘행정부지사 출신’이라고 특정까지 되고 있다. 정치인들이야 짜증 낼 게 뻔하다. ‘감히~’라고 할 거고, ‘까짓것~’이라고 할 거다. 하지만, 유권자는 다르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다. 하물며 경기도 출신 행정가를 쓰겠다는 것 아닌가. ‘설’만으로도 관심 둘 가치는 충분하다.
정창섭씨를 만났다. 검은색 가방을 들고 나왔다. 녹음기와 필기도구라고 했다. 몇 달째 98세 아버지를 모시고 인터뷰 중이란다. “젊은 시절을 얘기하실 때 행복해 하십니다. 말씀을 모아 책을 만들어 드리려고.” 이제 ‘행정의 달인’이 아니다. 그저 강의하는 선생이고, 아버지 모시는 아들이다. 능력이 아깝다는 인사말에도 ‘차관 한 것도 분에 넘쳤다’며 웃는다. 후배들의 정치 얘기에는 말을 아낀다. ‘능력 있는 후배’라는 덕담이 전부다. 딱 그답다. 하지만, 후배들은 다르다. 도지사-박수영-를 꿈 꾸고, 수원시장-이재율-을 고민하고, 의정부시장-김동근-에 도전한다. 당차게 변한 ‘행정’이다.
그 당참의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번엔 될 것인가. 또 안 될 것인가. ‘행정가 그룹’이 2018 선거판에 보태 줄 또 하나의 재밋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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