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청년 파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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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기관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당신은 N포세대에 속하나요?”라는 질문에 70%가 “그렇다”고 답했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3포 세대’라 한다. 여기에 내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세대를 ‘5포 세대’라 한다. 더 나가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세대를 ‘7포 세대’라고 한다. 새로 ‘N포 세대’라는 말이 나왔다. 도대체 얼마를 더 포기해야 하는지 몰라 정확한 숫자가 아닌 ‘N’을 쓴다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의 우울한 자화상으로 삶의 가치마저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의 삶이 너무 고단하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빚에 시달리는 청년들도 많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연체의 늪에 빠지면서 파산하거나 파산 위험에 직면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생계비, 학자금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청년들이 대부업체에 손을 내밀고 있다. 오죽하면 청년실업자와 신용불량자를 합친 ‘청년 실신’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까.

 

대학교에 다니면서 등록금을 대출받았으나 취업이 늦어지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 빚을 갚지 못해 신불자 낙인이 찍힌다. 취업난과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아르바이트 등과 같은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는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더 큰 문제는 빚을 내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 20대 청년들의 대출 증가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는 최근 조사 결과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실제 과도한 빚을 갚을 수 없어 법원에 개인파산 및 면책을 신청하는 20대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의원(민주당)이 대법원에서 받은 최근 4년간(2013∼2016년) 파산·면책 신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파산 신청자는 총 743명으로 2013년 484명에 비해 1.5배(153.5%) 증가했다. 남은 빚을 더는 갚지 않도록 해달라는 20대 면책 신청자도 지난해 730명을 기록해 2013년 628명보다 1.2배(116.2%) 늘어났다.

 

금 의원은 학자금 대출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가 일부 자격취득 제한과 합명·합자회사 취업제한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개인파산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산자가 법원에 따로 면책을 신청해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이 같은 불이익을 계속 받게 된다.

 

20대 개인파산·면책 신청 증가는 그만큼 재정적 고통을 겪는 20대가 많다는 의미다. 생활고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 창출 및 주거비 부담 완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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