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수면장애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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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보약이란 말이 있다. 일정시간 숙면을 해야 몸도 정신도 건강하고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 잠 잘 시간이 부족해서이기도 하고, 피곤함에 쓰러지듯 눕지만 잠 속으로 빠져들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면장애다.

 

‘2014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성인 한국인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8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잠을 가장 적게 자는 나라로 평가된다. 이마저도 얼마나 양질의 잠을 자느냐가 중요하다. 국민들이 희망하는 수면시간은 7~8시간이다. 하지만 평소 습관이 희망하는 수면시간을 채우지 못하게 한다. 늦은 시간까지 TV시청, 무의식으로 만지는 스마트폰 등으로 늦게 자는 습관이 체화돼 있다. 잠을 줄여서 뭔가 해야한다는 잘못된 강박관념에 늦게 자기도 한다.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스트레스 등을 받아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면 숙면은커녕 잠들기도 어렵다. 취업난에 괴로운 청년층,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 경기불황으로 얇아진 지갑에 우울한 직장인들은 잠재적 수면장애 환자다. 나이가 들수록 깊은 잠을 못자는 중ㆍ장년층, 갱년기를 겪는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수면장애가 증가하면서 수면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기동민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2012∼2016년 수면장애 진료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35만8천명이던 수면장애 환자는 2013년 38만4천명, 2014년 41만5천명, 2015년 46만3천명, 2016년 49만4천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최근 5년간 수면장애로 병원을 방문해 진료받은 인원은 총 211만명에 달했다. 여성이 125만명(59%)으로 남성 86만1천명(41%)보다 39만2천명이 더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가 전체의 21.1%로 가장 많았고, 이어 70대 18.2%, 60대 17.9%, 40대 15.2% 등의 순이었다. 2012년 각각 4만1천명, 2만2천명이던 30대와 20대 수면장애 환자는 2016년 각각 5만4천명, 2만8천명으로 늘어났다. 30대는 31.4%, 20대는 28.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수면장애 진료비로 지출한 금액은 2천352억원에 달했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국민들이 수면제에 의존해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375만명이던 수면제 복용 환자는 2015년 376만명, 2016년 395만명으로 늘었다. 수면장애가 단순한 질병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적절한 보건의료 정책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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